박형준 부산시장이 어제 오후 부산 동구 자성대아파트, 동천 하구, 범일2지구 등 침수 우려 지역을 잇달아 방문해 여름철 재난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오전에는 부산시교육청, 부산지방기상청 등 관계기관과 16개 구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 점검회의’도 열었다. 올여름 엘니뇨 현상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고된 가운데 부산 16개 구군의 침수방지 대책이 미비하다는 국제신문 지적에 따른 행보다. 부산시에 따르면 폭우로 인한 위험이 우려되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14곳 중 11곳이 침수위험지구이다. 나머지 2곳은 해일위험, 1곳은 취약방재시설이다. 침수위험지구 11곳 중 올여름까지 수해 대비 공사가 완료된 곳은 없다. 현재 상태로 이번 여름을 견뎌야 한다니 걱정스럽다. 취약방재시설에 포함되는 북구 대천천의 재해 방지시설 공사가 이달말 완공되는 게 유일하다.

2015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북구 덕천교차로는 2025년은 돼야 침수 대비 시설인 덕천 배수펌프장 신설, 구포 배수펌프장 증설, 관로정비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침수위험지구인 동구 범일동 동천 일대에는 하천과 집이 인접해 있지만 차수막도 하나 없어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 동구가 이곳에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 2025년에야 준공이 가능하다. 2020년 침수로 사망자가 3명 발생했던 동구 초량지하차도 역시 수년째 침수 대비 시설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구가 인근 지하에 저류지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부지 선정 등에 시간이 걸려 2026년께 완공된다고 한다. 2021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금정구 금사동 154번지 일대도 지대가 낮아 폭우에 취약하고, 하수관이 낡은 상태다.

구군은 수해 대책이 토목공사를 수반하는 만큼 4~5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년 물난리를 겪고 있는 시민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토목공사와 함께 피해를 예방할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물난리 위험지역에 수위측정센서를 설치하는 등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을 먼저 도입해야 한다는 토목전문가의 조언을 시는 새겨들어야 한다.

시는 전국 최초로 도시침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민이 직접 정보를 찾아 침수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시는 맨홀 추락방지용 안전시설 신설, 침수 위험지역 물막이판 설치 등 재난 대비 시설 점검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또 도로변 빗물받이는 구군에서 수시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어제 박 시장은 침수 위험지를 방문해 “자연재난은 대비한 만큼 예방 효과가 있다”며 “지나치다 싶을 만큼 민감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은 재난 보고체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도록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물론 모든 공무원이 이를 명심하고 여름철 재난 피해 제로(0)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