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상처가 나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아물고 나면 흉터가 남는다. 이는 피부에 있는 섬유아세포에서 섬유 물질을 분비, 상처 부위가 섬유세포로 바뀌어 섬유화(흉터)가 되기 때문이다. 간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염증이 반복되면 간세포가 섬유화되어 원래 말랑말랑하던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간경변 또는 간경화라고 한다.

그림= 서상균 기자

사실 간경변증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흔한 합병증으로는 식도·위 정맥류 출혈, 복수, 원발성 복막염, 간성 뇌증(간성 혼수), 비장 비대로 인한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 간신 증후군, 간암 등이 있다.

간은 간 동맥으로부터 4분의 1, 간 문맥으로부터 4분의 3의 피를 공급받는다. 간이 말랑말랑하면 아무런 저항 없이 피가 통과할 수 있으나 간이 굳어지면 문맥 내 압력이 높아지게 되어(문맥압 항진증) 문맥으로 피가 잘 통과하지 못한다. 따라서 압력이 낮은 혈관으로 피가 우회하게 되어 식도나 위장 내 혈관이 굵어지게 되고 심한 경우 새끼손가락 굵기로 커지기도 한다.

식도·위 정맥류 출혈은 정맥류의 크기가 클수록, 정맥류 표면에 상처가 많을수록, 간 기능이 나쁠수록 잘 생기며 간경화 환자 사망 원인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위험한 합병증이므로 예방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복수란 복강 내 액체가 차는 경우를 말하며 대개의 원인으로는 간경화, 신증후군, 만성 심부전, 결핵성 복막염, 암이 복막으로 전이된 경우 등이 있다. 간경화로 인한 복수는 알부민이 부족하거나, 문맥압이 너무 높은 경우에 잘 생긴다.

복수가 있는 환자에서 이유 없이 간 기능이 나빠지거나 복통이 생기며 발열이 있으면 원발성 복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이때 복수를 빼서 복수 내 백혈구 수가 500개/cc(중성구가 250개/cc) 이상이면 원발성 복막염으로 확진할 수 있고 즉시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방귀 가스 속에 암모니아가 섞여 나오듯이 단백질 음식이 장에서 분해되고 나면 암모니아가 발생하게 된다. 정상 간 기능을 가진 사람들은 간에서 암모니아 가스를 요소(尿素)로 바꾸어 소변으로 배설할 수 있으나 간경화가 진행되어 간 기능이 많이 나빠지면 암모니아 가스를 충분히 제거할 수 없어 암모니아 가스가 핏속을 돌게 된다.

암모니아 가스가 뇌에 들어오게 되면 의식 장애와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며 성격의 변화가 생기고, 혼돈 또는 수시로 변하는 신경 증상과 더불어 밤낮이 바뀌는 수면 장애, 그리고 심지어는 꼬집어도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간성 뇌증 또는 간성 혼수라고 한다. 예방을 위해 고단백식을 금하고 변비를 치료하거나 식도·위 정맥류 출혈을 치료하며 칼륨을 보충해 준다.

A, B, C가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원인이다. A는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과도한 음주를 피하며 적어도 음주 후 2, 3일간의 금주 기간을 지켜 간을 쉬도록 해야 한다. B는 만성 B형 간염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간경화나 간암으로의 진행이 빨라지므로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만성 활동성 간염에서는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C는 만성 C형 간염으로 요즈음은 8주에서 12주 정도 약을 먹으면 완치가 가능한 약제가 있으니 적극적인 치료를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