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사생활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황보승희 국회의원이 19일 국민의힘 탈당과 내년 4·10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당 소속의 부산 초선 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선택’을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때 늦은 감도 없지 않다. 황보 의원과 관련된 각종 잡음은 이혼한 전 남편이 2021년 7월 국민의힘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의원 사생활로 치부하고 황보 의원을 당직(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나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2022년 4월에는 부산의 한 시민단체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각종 의혹이 증폭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안일한 대처로 일관해 이를 더 키웠다는 비난을 샀다.

황보 의원은 그동안 불거진 의혹과 사생활 논란 대해 “전 남편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내용이 부풀려졌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줄곧 보였다.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출마자 공천헌금 상납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데 이어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A 씨의 금품 제공 문제 등이 겹쳐 여론이 악화하자 탈당을 택했다. 황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제 가정사와 경찰 수사 건으로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지역주민들께 마지막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국민께서 넓은 혜량으로 보듬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의원직은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2020년 총선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황보 의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 중에는 선뜻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일단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구의원 공천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경찰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자신은 이혼했으면서도 배우자가 있는 A 씨와 ‘사실혼’ 관계를 이어오면서 국회의원 관용차와 의원실 보좌진을 사적으로 이용하게 했다는 의혹 등은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다. A 씨는 황보 의원에게 아파트 신용카드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관용차는 황보 의원과 함께 탔고, 사실혼 관계인 황보 의원에게 돈을 준 것은 정치자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황보 의원도 “문제 되는 부분이 없다”는 반박 자료를 냈지만, 정황만으로 공인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그동안 드러난 논란을 놓고 따져본다면 사법적 판단을 떠나 황보 의원은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마지못해 당무감사를 결정했다. 뒷북 대처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엄정한 공천 잣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는 자질이 부족한 출마 후보를 사전에 걸러내고 좋은 인물을 선택하는 등 공당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