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 도심하천인 온천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던 50대 여성이 사흘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금정구 일대에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20일 오후 도시철도 온천장역 아래에서 급격하게 불어난 물을 이기지 못하고 떠밀렸다. 마침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구조작업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사고가 벌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난 7월 학장천에서 실종된 60대 여성은 두 달 넘는 수색작업에도 아직 흔적을 못 찾았다. 최근 두 달 새 도심하천에서 발생한 고립사고는 5건으로 이 중 2건이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그동안 지리산 계곡 등에서 비슷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봐왔다. 하지만 도시 한가운데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데 많은 주민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부산 도심하천은 대부분 정비가 이뤄져 평소에는 산책로 운동코스로 사랑 받는다. 그러나 비가 오면 거대한 배수구가 된다. 맑은 날은 유량이 부족해 바닥이 드러날 정도이던 하천이 강우 때에는 완전히 표변하는 것이다. 폭이 좁은 하천으로 모인 빗물의 유속과 유압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영으로 단련된 젊은 해병대원이 자기 허리춤에 오는 물살을 버티지 못해 사고가 난 경북 예천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행정당국이나 시민이 도심하천 관리와 접근 방식을 새롭게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는 생각지 못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폭우 형태로 내렸다. 도심하천의 경우 대체로 지대가 낮아 다른 어떤 곳보다 물이 빨리 차오르는 계곡 같은 특성이 있다. 그나마 하류는 폭이 넓어 시간이 걸리지만 상류는 순식간이다. 이번에도 어른 허벅지 높이(0.48ｍ)이던 사고 지점 강물이 성인 키(1.61ｍ)를 넘는 수준으로 불어나는데 40분이 채 안 걸렸다. 평상시의 4배 높이인 2.14ｍ 까지는 1시간이면 족했다. 극한호우는 이제 일상어가 되었다. 시간당 50~60㎜ 정도의 비는 장마철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올 수 있다. 순간의 방심이 온천천이나 학장천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사실 아무리 차단막을 설치한 들 시민 협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초량지하차도 사고 등 결과 처리에서 보듯 요즘은 시설물 관리에 행정당국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추세다. 부산시나 구청이 어느 때보다 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산에는 온천천 학장천 말고도 하천이 많다. 피난사다리나 구명장비도 중요하지만, 폭우 등 긴급 재난 상황시 하천 진입을 유도하는 요인부터 없애야 한다. 지상구간 동선이 다리나 도로 등으로 끊기는 데가 제법 있다. 이를 피하려고 무리하게 진입했다가 고립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도교나 건널목 등을 확충해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게 해줘야 한다. 주변에 대형 저류조를 만들어 담수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