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간·심장질환 사망률이 국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매년 전국 1위였던 부산 암 사망률 순위도 전국 4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2년 사망원인 통계’ 내용이다. 유독 부산이 이들 질환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정확히 분석되지 않으나 그만큼 발병요인이 많고 치료 여건이 열악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부산의 심장질환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39.9명으로 전국 평균(27.6명)을 크게 웃돌았고 뇌혈관질환 사망자(23명)도 경남(24.9명) 전남(24.6명)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고혈압성·심장·뇌혈관질환을 합한 순환기계질환 사망률은 전국 2위였다. 간질환 사망률 역시 부산(11.5명)이 강원(11.5명)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부산이 87명으로 경남(89.2명) 제주(87.7명) 강원(88.2명)에 이어 4위였으나 전국 평균(80.9명)보다 높은 점은 우려스럽다. 7대 도시만 비교하면 1위다. 암과 만성질환 사망률이 높다 보니 부산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355.1명으로 7대 도시 가운데 가장 높다. 2위인 울산(344.7명)과 10.4명이나 차이가 난다.

이처럼 암과 심·뇌혈관질환 등 부산의 건강지표가 전국 최악 수준인 이유를 뚜렷이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가 원인을 분석해 개선책을 찾고, 조기 진단 등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나 제 역할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오죽했으면 부산시의회 이종진 의원이 ‘부산시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최근 발의했는지 부산시는 되새겨 봐야 하겠다. 이 의원에 따르면 부산에는 인구 100만 명 당 심혈관 중재시술 인증기관은 1.8곳, 뇌졸중센터 인증기관은 1.2곳에 불과하다. 그 만큼 환자들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여건이 미흡하고 이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암 사망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로 치료 지원 체계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기장군 중입자가속기 구축사업이 11년째 지연된데 이어 올해도 착공이 불투명한 상태다. 중입자가속기가 도입되는 기장군 서울대병원 기장암센터 증축·리모델링 공사의 조달청 입찰공고가 10월 이후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 사이 서울에선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중입자가속기를 가동 중이다. 부산의 공공병원이 적은 것도 건강지표가 낙제점 수준인 배경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체 의료기관 대비 부산 공공병원 비율은 2.6%로, 17개 시·도 가운데 하위 수준이다. 다행히 서부산의료원 건립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금정구 옛 침례병원을 활용한 동부산의료원 개원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처럼 주요질환 사망률이 높다는 것은 지역사회 건강 수준이 낮다는 의미다. 시는 부산의 높은 고령화 탓만 할 게 아니라 당장 전국 최악 건강지표의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전문가와 함께 대책을 수립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