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전산망 장애로 지난 17일 하루 종일 전국의 민원 서비스가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사흘째 복구작업을 벌였지만 월요일부터 완전 정상화가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17일 오전 8시 40분께 대전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서버 다운으로 시작된 이번 사고는 공무원 전용 전산망인 ‘새올’과 온라인 민원 사이트인 ‘정부 24’가 차례로 멈추면서 온·오프라인 민원 서비스 전면 중단 사태로 이어졌다. 그나마 ‘정부 24’는 하루 만에 재개됐으나 ‘새올’은 여전히 불안하다. ‘새올’이 불안정하면 은행 병원 등 민간 영역까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뿐만 아니라 시한이 정해진 세금 납부나 전월세 확정일 지정 등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번 행정전산망 다운 사태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난 19일까지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버 다운 전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네트워크 장비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했는데 이것이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켰을 가능성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업데이트가 문제라면 과거 버전을 불러내 즉각적인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게 상식이다. 이렇게 방대한 크기의 서버를 운영하면서 대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점도 이상하다. 대체 서버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대비가 안된 상태에서 주말이 아닌 평일 프로그램 교체 작업을 시행한 경위도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의 전산 장비 위기 관리 능력이 의심받는 이유다.

공공기관 전산망으로 인한 혼란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3월에는 법원 전산망이 마비됐다. 이때문에 재판이 연기되고 전자 소송, 사건 검색 등 사법 서비스가 한때 중단됐다. 6월에는 수천억 원을 들여 구축한 교육부의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가 말썽이었다. 개통과 동시에 오류가 발생해 학교 현장이 갖가지 불편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를 선도하는 전자정부를 자임하는 국가다. 계속되는 전산 오류는 내실 없이 외형만 키운 전자정부의 민낯을 보는 듯한 씁쓸함을 남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는 긴축 재정이 예상되는 내년에도 무려 17.2%(790억 원)나 인상된 5433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그만큼 전자정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관리는 이렇게 취약하다. 우선은 이번 사태의 경위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서버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외부의 디도스 공격이나 해킹 시도로부터 충분한 보안이 이뤄지는지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전산 오류가 누구 잘못인지 책임 소재를 가려 재발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 그 많은 세금을 쓰고도 또다시 이런 불편을 야기하는 상황을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해진 날짜에 처리해야 하는 민원 업무를 보지 못해 발생하는 불이익 가능성을 정부가 꼼꼼히 챙겨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