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의 황금열쇠 엑스포

핵심 인프라로 2029년 개항 목표, 2030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때는 완공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팽배

항공화물 TK신공항에 뺏길 수도…결과 관계없이 계획대로 완공해야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 입력 : 2023-11-26 19:52:53
| 본지 23면

부산의 향후 100년 운명을 결정할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있는 프랑스 파리의 현지시간 28일 오후 4시(한국시간 29일 자정)에 회원국 1차 투표가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가 없으면 2차(결선) 투표를 진행하는데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가운데 2차 투표에서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30엑스포 유치는 부산항 개항 이래 역사적으로 가장 큰 글로벌 이벤트다. 저출산과 경제 위기로 허덕이는 부산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인 것이다.

부산엑스포가 유치되면 도시 브랜드의 ‘퀀텀 점프’는 물론이고 그동안 지역발전을 가로막았던 크고 작은 현안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린다. 메가 이벤트를 앞두고 전폭적인 국비 지원을 바탕으로 도시를 완전히 리모델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부산에 엑스포가 절실한 이유는 가덕신공항이다. 가덕신공항은 부산엑스포의 앵커 시설 중에서도 핵심이다. 정부는 2030부산엑스포 1년 전인 2029년 조기개항을 못박고 있다.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국제공항은 필수적인 시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엑스포 유치가 무산되면 가덕신공항 조기개항도 휘청거릴 우려가 크다. 시중에는 ‘엑스포가 엎어지면 가덕신공항도 제때 개항할 수 없다’는 염려 섞인 말이 도는 것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국정과제로 강조하면서 가덕신공항의 2029년 조기 개항을 공언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부산엑스포 이전에 개항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자 윤 대통령이 불 같이 화를 내며 2029년 조기개항을 못박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시민의 시선에는 이 같은 국토부의 소극적인 입장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엑스포가 유치되면 2029년에 개항이 되겠지만, 불발되면 가덕신공항 완공도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유일한 관문공항으로 인식하는 듯한 국토부의 그간의 행동을 돌이켜보면 이런 우려는 지나친 반응이 아니다.

가덕신공항의 개항이 늦어져서는 안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TK(대구 경북)신공항과의 항공물류 선점을 위한 경쟁 때문이다. TK신공항은 가덕신공항과 같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활주로 길이도 엇비슷하며, 가덕신공항처럼 동남권 관문공항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해상공항인 가덕신공항과 달리 TK신공항은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활주로와 물류단지 등 인프라 확장이 용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TK 신공항이 가덕신공항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먼저 개항한다면 구미산단 등 동남권과 충청권의 항공물류 수요는 TK신공항이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TK 신공항 주변에 항공물류 수요가 있는 산업단지나 업종이 자리를 잡은 뒤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이미 때는 늦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 정치권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치와 관계없이 가덕신공항 건설의 속도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덕신공항의 빠른 완공을 위해 건설공단을 설립하는 법을 제정하고 건설을 촉진하는 특별법 개정에 나선 배경에도 이 같은 우려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국토부가 발표한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65년 기준 국제 화물 수요는 33만5000ｔ으로 예측됐다. 국토부의 2021년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보면 2050년 국내 공항이 처리할 국제 항공화물 수요 전망치는 714만9000ｔ(중립기준)이다. 연 평균 증가율을 감안해 2065년 기준을 추정하면 975만 4900ｔ인데, 이로 미루어 가덕신공항이 차지하는 항공화물 수요 비율은 3.4%(33만5000ｔ)에 불과하다. 경제공항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최소 100만 ｔ의 항공화물 수요가 있어야 한다.

국토부의 이 같은 추산은 현재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의 항공화물 수요를 바탕으로 부산 경남지역의 국제 화물 이용업체 설문조사 등을 종합해 예측한 수치라고 한다.

다시 말해, 부산 경남 항공화물 수요의 초라한 현실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항공화물 수요를 견인할 신사업 유치 등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빠진 것은 적절하지 않은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