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은 현재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다. 원래는 지명도에 있어서도 시드니에 이어 ‘제 2의 도시’였다. 하지만 멜버른은 호주에서 가장 많은 세계인이 찾는 도시다. 오랫동안 그래왔다. 그 이유는 멜버른이 ‘축제의 도시’기 때문이다.

멜버른의 1월에는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이 열린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평균 6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동원되던 거대한 행사다.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다. 세계 130여 국가에서 온라인, 혹은 TV를 통해 시청한다. 예를 들면 지난 2018년 한국의 정현과 로저 페더러의 경기는 3억 명이 시청했다. 추산되는 경제 효과는 약 4000억 원 정도. 해마다 이 스포츠 축제 하나로 그 정도의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포뮬러 원 그랑프리, 멜버른 국제영화제, 멜버른 국제 코미디페스티벌, 라이징 페스티벌 등 셀 수 없는 숫자의 축제가 펼쳐진다. 달마다, 아니 거의 매일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멜버른이다. 또 멜버른은 남반구 최초로 엑스포를 개최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1880년의 일이다.

부산은 멜버른과 비슷한 환경을 지녔다. 바다를 인접하고 있고, 한 국가의 ‘두 번째 도시’의 정체성을 지녔다. 또한 기후나 위도적 특성, 문화적 자양분 등 흡사한 부분이 많다. 부산의 커피가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멜버른 커피 산업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 데 있다.

멜버른은 한 마디로 ‘살기 좋은 도시’다. 도심에는 무료 노면전차가 다니고, 어느 지점에서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공원이 존재한다. 구 도심의 오래되고 낮은 건물들과 고층빌딩이 가득한 중심가가 공존한다. 각종 미식 레스토랑과 수많은 LP 가게 등 여행자들을 끌어들일 완벽한 준비가 된 곳이 바로 멜버른이다. 그렇게 ‘가서 살고 싶은 도시’가 되면서 대학은 세계적인 명문으로 커졌고, 덕분에 지역기업도 발전했다. 부산이 ‘멜버른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는 제안을 해 본다. 그 중심에 멜버른의 정체성인 ‘축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산은 오랫동안 추진했던 2030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부산이 세계적 지명도를 높이고, 멜버른 같은 축제 도시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였다. 가덕신공항, 북항 재개발 등의 사회 인프라적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이 빠져나가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너무도 중요한 이슈였다. 재도전 의지는 분명히 살아있다지만 이전과 같은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부산은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 현재 부산은 적지 않은 수의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는 수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또 제 궤도에 오르는 순간 엄청난 경제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은 멜버른은 물론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라는 축제로 유명한 미국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 등의 도시도 증명하고 있다. 부산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축제를 더욱 활성화하고, 확장해 나가면서 경제적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 대기업이나 공기관의 유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시민을 기반으로 경제적 성과를 내고 인구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현재 지니고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부산의 축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정부의 인식 변화다. 축제가 얼마나 지역 발전에 큰 활력을 주는지 깨달아 지원금으로 축제를 압박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둘째, 부산시의 의지다. 시는 분명히 축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조금 더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다른 산업에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시민 의식이다. ‘축제’는 단순한 놀자판이 아니다.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동시에 각종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으며 결국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 그저 돈벌이로 접근하면 ‘바가지 요금’으로 대변되는 몇몇 지역 축제들의 뒤를 따라갈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산 시민의 명예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도시, 언젠가는 꼭 방문해 보고 싶은 도시, 가서 살고 싶은 도시에 산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만족스러운 일일까. 절호의 기회를 놓쳤지만, 엑스포의 재도전을 위해서라도 부산의 축제는 계속돼야 한다. 아니, 더욱 발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