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76% 가량이 부산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직장의 근로 여건 만족도가 낮고 일자리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11일부터 22일간 부산에 사는 15세 이상 3만1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부산사회조사’ 결과다. 조사는 노동 주거·교통 문화·여가 교육 소득·소비 등 5개 부문으로 진행됐다. 부산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시민은 10명 중 8.3명이었다. 시민의 정주 의사를 묻는 질문에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한 시민은 75.7%였다. 현재 거주하는 구·군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한 시민은 67.4%였다. 정주 의사가 가장 높은 곳은 수영구였다. 전체적으로 해운대 수영 등 동부산 지역 정주 의사가 높은 반면, 서부산과 원도심은 낮았다. 부산 내에서 지역 불균형인 동서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거, 문화 인프라 등이 지역별로 차이가 커지는 게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교육 분야는 서부산과 원도심 만족도가 현저히 낮았다. 공교육 만족도는 서·동구가 29%로 낮은 반면 동래(51%) 해운대(39.6%) 등이 높았다. 시가 수년간 여러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서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효과가 미미하다는 뜻이다. 부산시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시와 시교육청은 지역별 격차를 해소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하겠다.

또 정주 여건 만족도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에서 ‘그렇다’ 비율이 86.3%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긍정 응답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는 20대 30대는 ‘그렇다’ 비율이 각각 58.4% 71.6%에 그쳤다. 젊은층이 부산을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실제로 근로여건 만족도에 관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시민은 47.9%에 불과했다. 임금과 소득 부문 만족도에서 긍정적인 응답을 한 시민은 39.5%였다. 이는 근로 여건과 임금이 대기업보다는 좋지 않은 중소기업이 부산에 많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부산에서 취업을 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력을 흡수할 산업기반 부족(32%)을 꼽았다. 많은 시민이 고용 확대를 위해서 시가 일자리 확대(48.4%)와 기업유치 및 고용촉진(21.4%)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다시 태어나도 살고싶은 도시, 행복도시 부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답이다. 청년 3명 중 1명은 고향에서 계속 살고 싶지만 경제적 이유로 부산을 떠나고 있다. 대기업과 첨단 산업 관련 기업이 적어 수도권으로 떠나려는 청년들을 애향심에 호소하며 잡아둘 순 없다. 저출산과 더불어 청년들의 이탈이 다른 도시보다 심해지면서 부산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청년 유출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은 올 한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