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늘봄학교(돌봄+방과후 프로그램)’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와 협력해 강서구와 기장군 일대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농어촌 돌봄센터’와 폐교를 활용한 ‘권역 거점 돌봄센터’를 만든 데 이어 ‘늘봄 전용 학교’도 운영할 예정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을 만들겠다는 시교육청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도로 환영할 만하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꼼꼼히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부산 강서구 명지노인복지관 강당에서 열린 부산형 늘봄학교 확대 학부모 정책 설명회에 강사로 나선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특강을 하고 있다. 김동하기자

시교육청이 지난 30일 내놓은 ‘늘봄 전용 학교’는 늘봄만을 전담하는 별도 시설을 마련해 돌봄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동시에 제공하는 형태다. 학교나 인근 시설로는 돌봄 희망 학생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서구 명지동의 경우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되는 ‘늘봄학교’ 희망 학생은 2000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수용 가능 인원은 1000명에 그친다. 인근에 돌봄시설로 빌릴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시교육청은 새로 들어설 학교 부지(명지2고와 명지3중)를 활용해 30실 규모의 시설을 완성해 돌봄전담사를 비롯해 방과후 강사, 행정실무자와 행절실장(가칭) 등을 갖춘 전용학교를 개설하기로 했다. 오는 9월 시범운영에 들어간 뒤 내년에는 기장군 정관에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2학기부터 늘봄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셈이다.

부산은 강서구 명지동 신도시를 비롯해 해운대구와 동래구 등 일부 지역에 영·유아와 초등학생이 편중돼 있다.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된 곳의 초등학교는 과밀학급을 편성해야 할 만큼 학생이 몰린다. 반면 신입생이 갈수록 줄어들어 학교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사례도 있다. 해당자가 적다는 이유로 ‘늘봄 혜택’을 제때 못 받는 소외 지역이 생기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을 펴야 하겠다. 무엇보다 불가피한 돌봄전담사 업무 가중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는 지난 30~31일 ▷돌봄교실 확대로 늘어나는 행정업무 대안 마련 ▷안전하고 온전한 돌봄교실 운영을 위한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전일제 전환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돌봄교실 필수 인력과 시교육청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 당장 예산이 뒤따르는 자격수당 등 해결할 문제가 적지 않다.

어린 자녀 키우기와 교육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시대 최대 난제인 ‘초저출생 현상’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다. 시교육청이 그 같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내세운 정책을 발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마땅하다. 부산이 선도하는 늘봄학교가 제대로 안착한다면 전국적 확대의 모범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