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중국 베이징 관광을 했을 때다. 현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위챗이나 알리페이를 쓰는 게 코로나19사태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도로에 중국산 자동차가 많아진 것도 인상 깊었다. 10년 전 만해도 중국차는 문짝이 안 맞고 주행중 바퀴가 빠질 수도 있다는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491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일본 수출량은 430만 대에 그쳤다. 중국이 일본을 제칠 수 있었던 건 전기차 덕분이다. 수출량 가운데 120만 대가 전기차와 같은 신에너지차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국들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을 주저하는 동안 중국이 발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전기차를 대표하는 기업은 비야디(BYD)이다. 2년 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뒤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만 생산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도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 스마트폰은 ‘짝퉁 애플’로 불렸다. 샤오미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서 전기차 SU7을 공개했다. 그런데 샤오미가 모방했던 미국 애플은 10년간 공들여 온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혀 아이러니하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반도체 등 과학분야에서 중국의 굴기가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 1월 호주전략정책연구소가 발간한 ‘글로벌 핵심기술 경쟁 현황’을 보면 64개 첨단기술의 국가별 경쟁력 순위에서 중국은 AI 우주항공 배터리 등 53개 기술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11개 분야에서 1위에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1위 기술이 하나도 없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15년 ‘제조2025계획’을 발표하며 주요 첨단 산업에 인재와 예산을 집중 투자한 결과다. 중국은 지난해 과학기술 분야 컨트롤타워인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과학기술 분야를 관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중국 과학기술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주요 5개국 2022년 기술수준 평가 결과’에서 1위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를 각각 기록했다. 중국이 과학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당장 표가 나지 않는다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획기적이고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