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원을 투입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1단계 공원에 심은 나무와 관목이 집단 고사해 말썽이다. 말라 죽거나 ‘근원직경(지면과 가장 가까운 밑동의 지름)이 기준치(8~12㎝)에 미달하는 수목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20㎡ 면적에 5그루를 심어야 하는데 에코델타시티는 40㎡에 5그루가 심겨져 있어 소음·먼지를 막는 방풍림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시행자인 수자원공사는 고사는 인정하면도 “수목 밀도와 크기는 인·허가 기준에 맞게 했다”고 주장한다. 설계대로 했는데 나무가 죽었다면 근본 원인을 밝혀 재발을 막는 것 또한 시행자 몫이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1단계에 조성된 나무가 생육 부진으로 앙상한 모습이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에코델타시티는 ‘서부산의 미래’로 불리는 대역사다. 연구개발(R&D)·의료·문화시설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3만 세대(1단계) 입주가 예정돼 있다. 부실 조경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해 6월이다. 합동점검에 나선 부산시가 “생육불량을 적절히 ‘보완’하지 않으면 나무 관리권을 넘겨받을 수 없다”고 수자원공사에 통보했다.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고사목의 70%만 ‘임시 조치’된 상태다. 하자 보수가 잘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제신문 취재진과 동행한 전문가들은 “친환경 생태도시의 조경이 참담할 정도”라고 한탄했다. 오는 25일 에코델타시티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집단민원이 제기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원인은 서둘러 밝혀야 할 과제다. 지금은 토양 염분 함유량이 높다거나 처음부터 부실한 나무를 심었을 가능성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잘못을 바로 잡을 ‘골든타임’을 놓친 점은 아쉽다. 나무가 말라죽은 이유가 염분 때문이라면 토양 정화작업을 해야 하는데 에코델타시티 1단계는 완공을 앞두고 있어 판을 갈아 엎기 힘든 상태다. 완전히 죽은 나무를 새 나무로 ‘땜빵’은 가능해도 근본적인 개선은 불가능한 셈이다. 관목 상당수가 생육불량에 시달렸던 부산시민공원의 전철을 에코델타시티가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고사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도 짚어봐야 한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에 심은 나무 500여 그루와 관목 절반가량이 말라 죽은 게 불과 6개월 전이다. 당시 부산항만공사가 토양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알칼리성 농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배수시설 불량도 확인됐다. 공공기관의 ‘환경 감수성’이 무딘 것인지 부실에 눈 감은 것인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에코델타시티는 평강천·맥도강·서낙동강이 흐르는 수변도시다. ‘생태’가 흘러 넘쳐야 할 곳에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면 ‘에코’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부산시가 이달 현장 점검에 나선다고 하니 정확한 원인 진단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또한 공정률 10~30%인 에코델타시티 2단계에서는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학계 시민사회와 함께 자문위원회 구성도 서둘러야 한다. 원래 에코델타시티는 녹지였다. 자연을 훼손해 도시를 건설하려면 최소한 ‘명품 조경’은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