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막말 파문에 휩싸인 4·10 국회의원 선거 후보들의 공천장을 회수했다. 국민의힘은 ‘난교 옹호’ 논란을 일으킨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와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도태우(대구 중·남구) 후보를 퇴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목함지뢰 피해 장병을 조롱한 정봉주(서울 강북을)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 만시지탄이다. 사전검증에 실패한 공천관리위원회 책임은 더 크다. 말로는 도덕성을 강조해 놓고 컷오프는커녕 경선 기회를 줬으니 말 따로 행동 따로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건가. 혐오·증오를 부추긴 전력자는 여전히 많다. “충분히 사과했다” “시간이 없다”며 어물쩍 덮으려다 또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인근에서 한 아이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막말 파동은 역대급이다. 원내 1·2당은 물론 3지대 후보까지 연루됐다. 개혁신당은 2017년 위안부 소녀상을 두고 “어머니나 할머니가 강간 당한 사실을 동네에 대자보 붙여놓고 역사를 기억하자고 하는 꼴”이라고 한 이기원(충남 서천·보령)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 ‘(서울시민) 교양 수준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장예찬)거나 ‘발목지뢰 밟는 사람한테 목발을 주자’(정봉주)는 사람이 민심을 대변하겠다니 기가 막히다. 국민의힘 조수연(대전 서구갑) 후보는 SNS에 일제를 옹호하는 듯한 글을 써 비판을 자초했다. 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의원은 “수박(이재명 대표 반대세력의 멸칭)을 깨겠다”고 해 징계 받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하한 칼럼을 쓴 사실이 알려져 또 사과했다. 친문·친노는“ 민주당 정체성을 부정한다”고 반발한다. 부실 검증의 여파다.

정치인이 막말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실보다 득이 커서다. 다른 계파를 무차별 공격해 강성 지지층을 잡아야 공천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통용되기 때문이다. 여야 대표가 남을 후벼 파는 것도 도긴개긴이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대전을 찾아 “살 만하다 싶으면 2번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고 해 국민을 갈라치기 한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2찍’ 표현으로 사과한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야당을 “‘범죄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려는 세력”이라고 비하했다. ‘우리 편’ 막말은 대충 넘어가고 “네 탓”만 하니 정치 혐오만 커간다. 대통령실도 숟가락을 얹었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MBC는 잘 들어.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허벅지에 칼 두 방 찔렸다”고 했다가 사과한 것이다. 황 수석은 농담이라지만 협박 아닌가.

이재명·배현진 테러 사건은 혐오에 기생하는 우리 정치에 경종을 울렸다. 여야는 증오를 부추기면 공천 불이익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은 지켜졌는가. 지금이라도 부적절한 인사들의 공천장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정치 품격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누가 더 과감하게 ‘퇴출’ 했느냐를 보고 심판할 것이다. 아귀다툼으로 물든 21대 국회의 전철을 22대가 되풀이하도록 방치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