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PK)의 총선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부산에서 한 명도 당선자를 낸 적 없는 진보당이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거대 야당을 꺾는가 하면, 국민의힘 텃밭으로 인식되던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거 선전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제신문이 ‘낙동강 벨트’를 포함해 PK 6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기류는 뚜렷하다. 부산의 북갑 남 사상 사하갑 해운대갑, 경남의 양산을 등 6곳에서 3곳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 오차범위를 넘어 우세하고, 3곳은 접전이다. 역대 선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의외의 결과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남부시장을 찾아 같은 당 김태호, 윤영석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동작구 흑석동에서 류삼영 후보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입장에서 국제신문 여론조사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접전 양상인 해운대갑 사상 남 3곳일 것이다. 특히 해운대갑은 하태경 의원이 직전 선거에서 민주당 의원을 22.1%포인트 차이로 꺾은 명실상부 보수의 텃밭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기는 하나 민주당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도 마찬가지다. 장제원 의원이 3선을 한 지역구로 보수가 강세임에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가고 있다. 지역구 합구로 현역끼리 맞붙은 남 역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높다. 이런 결과는 수치가 조금 차이 날 뿐 여러 기관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21대 총선에서 부산 18곳 중 15곳을 휩쓸었던 국민의힘이 우세를 지키는 지역은 8곳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수도권에서 고전 중인 국민의힘으로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라고 마냥 웃을 처지는 아니다. 연제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지역구 구청장을 지낸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음에도 진보당에 충격패를 당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보당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조차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는 결과가 있다. 거대 양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상찮은 것이다. 이들을 향한 냉랭한 시선은 비례정당 지지도에서도 나타난다. 두달 전 급조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PK에서 20~30%나 된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황운하 의원 등 위법 행위로 재판을 받는 이들의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사법 리스크 우려가 무색하게 원내 1, 2당을 위협하거나 오히려 뛰어넘는다. 이런 비정상적 현상 속에 내포된 유권자의 진의가 무엇인지 거대 양당은 깨달아야 한다.

4·10 선거가 보름가량 남았다. 지금의 여론 지형이 선거일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중간점검에서 드러난 표심을 무시해선 더 안 된다.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은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난맥상을 포함한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방식, 일부 지역구의 무리한 공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거친 언행도 결코 PK 유권자에게 우호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선거전이 정책과 인물 대결이 아니라 막말과 흠집내기로 흐를수록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만 커진다는 사실을 PK 민심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