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유튜브 방송을 위해 설치된 불법 카메라가 대거 적발됐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인천 남동구와 계양구 사전투표소에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남성 유튜버를 지난 28일 긴급체포했다. 그는 부산 북구, 울산 북구, 경남 양산시를 비롯해 전국 40여 곳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탈행동이 벌어지면서 선거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유튜브 방송을 위해 설치된 불법 카메라가 대거 적발됐다. 투표하는 모습을 연출한 사진. 국제신문 DB

애초 이 남성의 카메라 설치 장소는 인천과 경남 양산 15곳으로 파악됐으나 경찰 조사 결과 전국 각지로 범위가 더 넓어졌다. 그는 투표소 내부를 촬영하도록 정수기 옆 등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찰에서 “사전투표율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작하는 걸 감시하려고 했다”며 “나름대로 판단 기준에 따라 감시하고 싶은 곳을 설치 장소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사전투표소 촬영 영상을 유튜브에 내보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그는 투표장에 들어가는 인원을 촬영한 결과와 선관위 집계 인원이 달랐다며 부정선거를 의심했다. 대법원이 2020년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총선 무효소송을 기각했으나 이를 믿지 않는 유권자가 많다.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며 구독자를 모아 돈벌이로 이용하는 유튜버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몰래 투표소로 예정된 곳에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선거관리를 방해하고 비밀투표 보장을 어렵게 하는 일이다. 불법 카메라가 발견되지 못했다면 설치한 사람이 영상을 근거로 선거 부정을 주장해도 대응하기 힘들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이 조장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 데는 선관위 책임도 있다. 2022년 20대 대선 사전 투표장에서 기표한 용지가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겨 투표함으로 옮겨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유권자 입장에선 충분히 배달사고를 우려할 만하다. 선관위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폐쇄회로(CC)TV 공개, 투표용지 수검표 확인제도 등을 도입해 부정선거 의혹을 차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무단으로 사전선거 투표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현장을 생중계한 유튜버가 있었는데 불법 카메라 설치 사건이 또 발생했다. 선관위가 공명선거 훼손 대책을 제대로 마련했는지 의문스럽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열기 과열로 선거 벽보 훼손 같은 돌발 행동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30일 영도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 지역구 한 후보의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선관위와 경찰은 전국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가 설치됐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 불신 행위를 조장하는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 또 선거 벽보 훼손 등 공명선거를 위협하는 불법행위도 강경 대응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