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를 열고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출범과 관련해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국회와 정부의 원활한 소통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일 인구 정책 전반을 총괄 지휘하는 인구부 신설 방침을 밝혔다. 인구정책 기획·평가부터 예산 배분·조정 권한까지 가진 초강력 부처다. 신설 부서는 보건복지부의 인구정책 및 기획재정부의 인구 관련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이관받아 ‘인구정책 및 중장기 전략’ 기능을 수행한다. 저출생, 고령사회, 인력·외국인 등 부문별로 전략·기획 기능도 신설한다.

인구전략기획부가 이른 시간내 출범하려면 여야 협조가 필수적이다.사진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브리핑 하는 이상민 장관. 연합뉴스

저출생과 인구 감소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출산율 감소는 세계적 현상이나 우리나라는 국가소멸론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0.6명대라는 참혹한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방 인구감소는 국가소멸론을 부채질한다. 부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0%로 광역시 중 유일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수 0.49를 기록해 광역시 중 처음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부산 시민이 받은 충격이 엄청나다. 청년층 이탈과 고령화 심화 탓이다.

이런 상황에 인구부 신설은 환영할 만 한 일이다. 인구부가 출범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 법률안을 이달 안에 발의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개정한다. 인구부 출범에는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공약으로 인구 부처 신설을 내걸었던 만큼 법안 통과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야 대치가 심화하고 있는 데다 야당이 정부조직법 세부 내용을 놓고 반대한다면 법안 처리가 늦어질 우려가 크다. 여야는 개원한 지 한 달이 되도록 방송 3법과 채 상병 특검법 등으로 가파른 대치 상태다.

저출생 고령화 등 국가 미래가 달린 사안에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는 정부조직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세제·주거 지원책도 함께 찾아야 하겠다. 이는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을 해결하는 첫 단추이며 부산의 소멸위기를 막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망국적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시급하다. 위기감을 느낀 부산시가 지난 1일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정책담당관을 신설했다. 시는 인구부와 협조해 소멸위기를 극복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겠다. 인구 문제는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한 만큼 정부·지자체·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