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2%에서 2.6%로 올렸다. 수출 상황이 개선되고 물가가 완만하게 나아지고 있어서다. 기대치는 높아졌으나 여전히 위험요소가 많다.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소상공인 부채 등이 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자영업·소상공인 위기 극복에 두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상회했고, 수출이 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물가도 3개월 연속 2%를 이어가며 안정세를 굳힌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내수로 확산하지 못해 문제다. 올해 1∼5월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민간소비를 지탱해 온 서비스업의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 대표적인 생활 업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에서 특히 부진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빚으로 버티다 고금리 여파로 위기에 몰린 자영업·소상공인이 많다. 2022년 4분기 5.3%였던 자영업자 취약차주 대출 연체율이 올해 1분기 10.2%까지 치솟았다. 경기 부진과 빚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부산의 경우 올 1분기 자영업자수 (31만7000명)가 전년 동기 대비 11.3%(4만 명) 줄었다.

정부는 자영업·소상공인에 25조 원을 지원하는 종합 대책을 제시했다. 적자를 보는데도 폐업할 돈이 없어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를 위해 퇴로를 열어주기로 했다. 내년부터 점포 철거비 지원 규모를 최대 25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늘린다. 또 채무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의 규모를 30조 원에서 4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선 배달·임대·전기료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현금이나 행정 지원에 머무는 수준이라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는 못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생계형 자영업의 경쟁력 개선을 위한 대책은 아예 없다. 또 취업훈련 참여 수당, 폐업 지원 등으로 전업을 돕는 정책은 있으나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직장 퇴직자들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23.5%)은 미국(6.6%) 일본(9.6%) 보다 높다. 특히 연 매출 5000만 원 미만 생계형 소상공인 비중이 34.6%(2022년)에 달할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정부 대책이 자영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이자 감면 등 재정 지원에 머물렀다. 부실 사업자의 퇴출을 유도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재정 대책은 빠져 자칫 동력을 상실할 우려도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한 정부 노력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정치권도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