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오후 국회에서 회담했다.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없었으나 큰 방향을 잡고 논의의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 의미를 둘 만하다. 여야 대표가 의제를 갖고 만난 공식회담은 2013년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 이후 11년 만이다. 이날 두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을 의제로 다뤘다. 또 의료사태 등 민생 문제와 국회의원 특권 폐지, 지구당 부활 등 정치 개혁 의제도 논의했다. 회담 결과 양당은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금투세 폐지와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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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동안 여야는 주요 쟁점 사안을 두고 당파적 이해관계에서 접근하는 바람에 시급한 민생의제를 놓쳐 정치 불신을 초래했다. 국민과 약속한 공통 공약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협의기구가 운영되면 이런 문제 해결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통 공약을 찾고 이행하려면 정부의 적극적 참여도 필요하다. 이날 두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놓고 구체적인 결론을 내놓지 못했으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합의해 고무적이다. 이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주식시장 살리기, 주식시장 부스트업 정책 등을 강조했는 데 한 대표가 이를 적극 수용한 모양새다. ‘지구당 부활’을 놓고도 양 측이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정당의 지구당은 1962년 정당법이 제정되면서 40여 년간 한국정치의 실핏줄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사건이 계기가 돼 2004년 폐지됐다. 여야는 지구당 부활이 국민에게 미칠 영향과 정치적 부작용도 함께 살펴야 할 것이다.
우려대로 채 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놓고 양 측은 이견을 보였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언급했던 ‘제3자 추천 특검 법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으나 한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합의를 보지 못했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법 처리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 측은 선별적 지원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 대표는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돼 있다”며 “모두에게 획일적인 복지가 아니라,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 대표는 “이는 지역화폐 소비쿠폰으로 골목상권 살리기 등을 통해 세수 증대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합의를 이끌지 못한 의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 대표가 공식 의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두 대표가 언급한 대로 양 측은 이번 회담을 국회 정상화와 정치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2대 첫 정기국회가 2일 개원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여야 간 극한 대립의 여파로 역대 가장 늦은 개원식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국회가 타협과 양보라는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