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PK) 중소기업의 재도약을 돕는 동남권사업재편센터가 서울에 이어 비수도권 최초로 부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업활력법’에 따라 설치한 동남권센터는 주력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을 선정해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선제적인 체질 개선과 혁신을 지원해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경영자단체인 부산상공회의소가 총괄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부산시 부산은행 부산테크노파크는 금융·컨설팅·기술 인력을 파견해 돕는다. 생산시설 노후화와 연구개발(R&D) 투자 부족에 중국의 저가 공세로 고전하는 PK 산업계에 모처럼 내린 단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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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부산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사업 재편 금융협력 업무협약’ 체결식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부산은 중소기업이 99%에 달한다. 주력산업은 조선기자재·자동차 부품이다. 반도체·인공지능을 포함한 첨단 산업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은 새삼스럽다. 정부의 수도권 중심 반도체 정책은 PK 산업 재편의 동력을 떨어뜨린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 욕구는 크다. 산업부가 2016년부터 사업 재편을 승인한 464개 사 중 20% 이상이 동남권 기업이다. 부산에 동남권센터가 문을 연 이유도 “2022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만 설치된 사업재편센터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기업의 혁신과 경영 개선이 지역소멸을 막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다. 기업이 혁신하려면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융기관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업부가 협력 금융기관을 5곳에서 부산·경남은행을 포함해 12곳으로 확대한 것도 여기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1000억 원대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를 조성해 유망기업 투자에 나섰는데 동남권센터와 시너지를 내길 바란다.
동남권센터에 기대가 큰 이유는 부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1~5월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어 전국 평균(-1.7%)을 뛰어 넘었다. 생산량을 줄이거나 ‘불 끈 공장’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중소 상공인 폐업 증가에 제조업 위축까지 겹치면서 가구 소득과 내수도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 부산의 1인당 지역총소득(GNI)은 3426만 원으로 전국 16위에 머물렀다. 서울(6378만 원)보다 2000만 원 적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특정지역 최종 생산물가치의 합계) 역시 부산은 3446만 원으로 14위에 그쳤다.
앞으로 동남권센터는 자동차부품과 조선기자재 업종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 수요를 발굴한다.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상담은 물론 신산업 진출을 돕는 역할까지 한다. PK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정책금융과 특례를 밑천 삼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면 부산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다. 국가 전략산업인 ‘3ㅂ’(배터리·바이오·반도체)을 주도하는 기업이 부산에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동남권센터가 강한 중소기업 탄생의 산파가 되도록 부산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