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2021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50세 이상 장노년 인구(2022년 기준)는 부산 인구의 46.5%(153만2000명)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층 유출도 심화하면서 부산이 타 지역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늙어간다. 고령인구를 도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부산 동구 우리동네 ESG센터 2호점에서 폐 플라스틱이 섞인 장난감 분해 작업을 하고 있는 노인들. 국제신문DB

부산시는 장노년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도시 성장을 도모하는 ‘부산형 시니어 일자리’ 활성화 대책을 23일 발표했다. 부산형 장노년 일자리 생태계 구축, 민간기업 장노년 고용 활성화, 사회적 가치 제고 공공일자리 창출 등 3대 전략 16개 사업으로 현재 38.7%인 부산 60세 이상 고용률을 2030년까지 45%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일자리 역시 6만9000개에서 13만 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장노년 일자리 예산도 올해 2800억 원에서 내년 3160억 원으로 확대하고 2030년에는 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제신문이 2022년 연재한 ‘우리동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센터’ 기획시리즈에 따른 후속 조처로 센터를 10곳으로 늘려 부산형 친환경 시니어 일자리를 올해 640명에서 내년 2030명으로 확대하기로 한 점은 고무적이다. 폐플라스틱을 방문 수거하고 선별하는 ‘ESG 자원순환단’ 일자리도 668명에서 1600명으로 늘린다. ‘우리동네 ESG센터’는 탄소중립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노인일자리를 연계하고, 지역민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친환경 노인일자리를 창출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또 장노년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 운영비 등 혜택을 주는 정책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업 분야에 고령자 친화 작업 환경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부산시는 일부 고용주가 가질 수 있는 장노년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부산시가 시니어 일자리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스럽다. 이번 대책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하겠다. 양보다 질 높은 노인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올해 8월 기준 부산 비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만2000명 증가한 57만2000명에 달했다. 부산 비정규직 근로자가 올해까지 6년 연속 증가세다. 이는 부산 주력 산업 침체와 함께 초단기 노인 근로자가 많은 게 주요 원인이다. 지난달 부산지역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42만 명으로 모든 연령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2차 베이비 부머(1964~1974년생)’ 은퇴가 본격화한다. 건강 상태가 좋고 교육수준이 높은 노년층이 넘쳐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소득 수준이 낮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없는 소득 보충적인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앞으로는 고용의 질이 뒷받침되는 새로운 노인 일자리가 중요하다. 부산시는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급급할게 아니라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일할 일자리를 창출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