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 열린 국제아동도서전인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1일 성공적으로 끝났다.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도서전은 세계 16개국에서 193개 출판사(국내 136개사, 해외 57개사)가 참가했고, 작가와 연사만 128명(국내 107명, 해외 11명)에 이르는 큰 잔치였다. 출판사들은 개별 부스를 마련해 책과 그림을 전시하고, 작가들은 현장에서 독자를 만나는 한편 국내외 바이어와 저작권 거래 상담 미팅도 가졌다. 부산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방문한 어린이와 일반 독자로서는 책과 작가를 한 자리에서 대면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첫 행사임에도 관람객 10만 명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열려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 16개국 193개 출판사가 참여해 국내외 유명 동화·그림책을 홍보했다. 국제신문 DB

우리나라에 국제도서전은 77년 역사를 가진 서울국제도서전이 있지만 아동문학에 특화된 행사는 없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이탈리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같은 콘텐츠가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유다. 여기엔 국내 동화작가들이 그 어떤 영역 못지 않게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점도 한몫 했을 것이다. 2년 전 이수지 작가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안데르센상을 한국인으로는 처음 받았고, 최근엔 이금이 작가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백희나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추모상을 수상했고,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자인 차호윤 작가는 미국인에게만 수여하는 칼데콧상을 받기도 했다. 모두 이번에 부산을 찾아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작가들이다. 국내외 수준 높은 작품을 소개하고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도 더 모색해야 한다는 의지의 결실이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인 셈이다.

‘뽀로로’나 ‘아기상어’는 잘 키운 콘텐츠의 힘을 보여준다. 동화 그림책 애니메이션이 캐릭터나 패션산업으로 무한 변주되면서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뽑아낸다. 부산에는 이미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산비엔날레 지스타 같은 영화 미술 게임 분야 행사가 자리를 잡았다. 부산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도시이자,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이다. 부산이 보유한 과거와 현재의 여러 스토리에 어린이와 책이라는 아이템을 잘 결합하면 또 하나의 강력한 문화 플랫폼이 탄생하는 건 시간 문제다.

이번이 첫회인 만큼 예산은 부족하고 홍보도 완전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건 그동안 이런 류의 행사에 목 말랐던 독자 작가 출판업계의 열기 덕분이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국내를 아우르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도서전이 되려면 채우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이번 행사만 봐도 출판사나 작가 참여 비율이 해외에 비해 국내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어 국제라는 타이틀이 다소 무색하다. 부산 지역 출판사들의 관심과 참여 역시 더 끌어내야 한다. 내년부터는 한층 세련되고 심화된 프로그램으로 부산이 자랑하는 콘텐츠 플랫폼 리스트에 아동출판이 추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