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일정 재연기를 공식화하자 지역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일 긴급 성명을 내고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확정 추진 시기를 11월까지로 연기해놓고 이를 또다시 내년 10월로 미룬 것은 비수도권 주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규탄하며 “재연기를 즉각 중단하고 약속대로 연내에 확정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책임 있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지방시대위원장의 경질과 해임을 요구했다.

비수도권 시민단체들이 지난 9월 25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2차 공공기관 계획 연내 확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국토부가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 방향 연구’ 용역을 발주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이 용역에서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2차 이전 대상기관과 배치지역에 관한 얼개가 그려지기 때문에, 올 11월로 예정된 결과가 나오기를 각 지자체는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국토부는 용역 종료가 임박하자 계약기간을 내년 10월 31일까지 다시 1년 연장했다. 이마저도 시민단체가 사실 확인차 문의했을 때는 확답을 않다가 뒤늦게 공개한 것이다. 정부는 애초 ‘2023년 상반기 기본계획 수립, 하반기 신속 이전’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발표 시기가 다가오면 선거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미뤄왔고 급기야 용역 일정마저 바꿨다.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지자체간 과열 경쟁이라는 정부의 용역 연기 사유도 이해하기 어렵다. 소멸 위기에 몰린 비수도권 지자체가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에 사활을 거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한 기관이라도 더 가져와 죽어가는 지역에 인적 물적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이다. 서울에 몰려있는 공공기관과 소속기관 300여 곳을 인위적으로 분산하는 작업에 해당 기관 직원들의 반발 역시 예견된 일이다. KDB산업은행 노조만 해도 정치권까지 동원해 극렬 반대 투쟁 중이다. 정부가 이런 필연적인 장벽 혹은 걸림돌을 넘을 자신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았어야 한다. 과열 경쟁이나 직원 반대는 그저 핑계일 뿐 사실은 하기 싫은 게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년 뒤 4·15 총선을 앞두고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를 재차 확인했다. 그래 놓고 5년 정권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처럼 이 문제를 외면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정부 출범 직후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2023년 하반기 이전이 시작되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 약속 이행이 선거, 용역, 경쟁, 반대를 핑계로 내년 11월 이후로 밀려났다. 2025년 말은 대선을 1년 가량 앞둔 시점이다. 그땐 또 무슨 이유를 댈 것인가. 부산 울산 경남의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