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경남 거제도 조선소에는 헬기가 떴다. 정부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진압한다며 특공대를 준비시켰다.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가 막 들어선 때였다. 윤석열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해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임금 정규직과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분화된 노동시장에서, 정규직의 이기심으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작 파업 중이던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모두 저임금 비정규직이었다. 이들에게는 생계비인 임금도 툭하면 지급되지 않았고 툭하면 산재로 동료들이 죽어나갔다. 그래서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파업을 했다. 하지만 윤석열은 보호하겠다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특공대 헬기로 진압을 지시한 것이다. 그는 시작부터 노동자들의 절규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특공대를 투입해 무력으로 진압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았다.

건조 중인 배에서 농성을 시작한 것은 구사대의 폭력을 피해 끌려 나가지 않으려 들어간 것이고, 회사가 주장하는 8000억 원 손해는 과장된 데다 정상적인 파업에 따른 손해가 위법하지 않다는 점이 간과되어 부당하다는 지적에는 귀를 닫았다.

가을이 되니 화물연대가 파업을 했다. 윤석열은 화물연대의 파업이 북핵위협과 같다며 이번에도 강경 진압을 지시했다. 곧바로 당시 추경호 기재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정식 노동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어 화물연대의 복귀를 요구했다. 이어 정부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 초유의 강제 업무개시명령을 했고, 파업을 계속하면 처벌은 물론 운송자격 정지로 밥줄까지 끊겠다고 협박했다. 그들은 모두윤석열이 보호하겠다고 한 노동시장의 약자, 특수고용 비정규직이었다.

해가 바뀌니 이번엔 건설노조였다. 건설 노동자들도 대부분 특수고용이나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다. 윤석열은 이들을 조폭에 빗댄 ‘건폭’으로 지칭하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경찰에는 건설노조 수사에 이례적으로 50명의 대규모 특진을 약속했다. 경찰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 압수수색을 시작했고, 수사팀 전체가사용자협의회로 출장까지 나가서 조사를 하는 이례적 배려까지 했다. 하루아침에 조폭 취급을 받게 된 건설노동자 양회동이 법원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여 우리 사회 내에서 노동조합의 존재 의미와 역할을 왜곡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과 이상민 원희룡 홍준표 권성동 등 정부 여당 정치인들에 대해 노동조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사이 윤석열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이들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맞춰 제한하려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국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삶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못했다. 임금은 체불되고 하청업체들은 원청이 삭감한 기성금을 보전하겠다며 노동자들의 4대보험료마저 떼먹었다. 거제의 대우조선이 한화오션으로 바뀐 올해만 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하청노동자들은 또다시 이대로 살 순 없다며 한겨울 바닷가 조선소 맨바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주 만인 지난 3일 윤석열은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곧바로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제1호를 발령했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집회는 금지하고 위반시 영장없이 체포, 구금하며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은 처음부터 그랬다. 그에게 국회와 야당은 함께 국정을 운영해 나갈 파트너가 아니라, 즉시 처단해야 할 종북 반국가세력일 뿐이었다. 노동조합 역시 근로 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의 헌법에 따른 결사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전복시키려는 반국가세력일 뿐이다. 그러니 특공대 헬기를 투입해 진압하고, 북핵위협에 준하는 위협으로 즉시 처단해야 할 대상이며, 조직폭력배와 같이 조속히 말살해야 할 집단인 것이다. 도무지 정상적인 현실인식이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설마하니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헌법기관을 무력으로 침탈하여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헌정파괴를 저지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국민의 상상력을 아득히 벗어나는 일이었다.

이제 누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반국가세력인지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처단돼야 하는 대상은 헌법에 따른 근로 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이 아니라 삼권분립의 민주공화국 질서를 부정하고 노동자와 헌법기관을 처단의 대상으로 삼은 자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반국가세력이고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영원히 제거되어야 할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