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 시끄럽다. 예상치 못한 일이나, 감당할 수 없는 큰 사건이 수시로 일어난다. 보통 사람의 하루도 예사롭지 않다. 직장도 다르지 않다. 긴장된 하루가 시작된다. 날마다 변화무쌍하다. 전전긍긍할 일이 가득차 있는 하루를 불안하게 보낸다. 긴장하며 살다 보면 오감을 통해 감각하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가 된다. 적자생존하는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극에 예민해진다.

혼자 있을 때도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혹시 자기만 놓친 정보가 있을 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TV 라디오 인터넷 SNS 등을 떠나지 못한다. 예민해진다. 호기심으로 모습을 바꾼 생존 본능이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탐색된 정보는 그 자체로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또 다른 정보를 탐색하게 하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정신이 피폐해지고 사람이 녹초가 된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잘 견디고 극복할 수 있지만, 너무 강하면 견디기 힘들어진다. 지나치면 일상적인 활동 조차도 스트레스가 된다. TV를 보는 것조차도 스트레스가 된다. 화면 속의 빠른 변화, 화려한 색깔, 큰 소리 등이 머리 속을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은 고통을 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더하는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호기심으로 몰입하는 인터넷, 가벼운 SNS 대화 등도 지나치면 빠져들고 긴장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된다. 일상 생활에서 쏟아지는 각종 정보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정보라고 할지라도 관심이 지나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내용이 놀라게 하거나 흥분하게 한다면 더 크게 작용한다. 매력적인 정보도 지나치게 집중하게 하고,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고, 너무 빠져들게 하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녹초가 되는 이유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호르몬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한다. 혈당을 상승시킨다. 지속되면 고혈압 당뇨 등으로 만성 질환이 된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면역기능도 떨어진다. 각종 감염에 취약해진다. 감기 단순포진 대상포진, 모두 면역이 떨어졌을 때 생기는 대표적 질환이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감각을 자극하는 것에서 벗어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날 귀한 것은 아무 자극 없이 있는 시간이다. 자극에 길들여져 한 순간도 그냥 지내기 힘들어진 사람이 많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을 하거나, 인터넷 등으로 정보를 탐색하거나, 아니면 TV라도 본다. 그런 일들은 혼자 있는 시간마저 스스로 스트레스 속으로 밀어 넣는다. 결과적으로 하루 종일 스트레스 속에 살게 된다. 쉬는 날에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기대어 멍하게 있는 상태라야 비로소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라고 할 것이다. 그저 편한 상태, 더 이상 바라지 않는 상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담담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2월에 접어들면서 진료실이 바빠졌다. 감기 환자가 많이 늘었다. 원인은 다양하다. 답답해서 운동을 하다가 찬 바람에 노출되기도 하고, 김장 담그느라 힘들어 걸렸다는 환자도 있다. 포진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한 모습이다. 주로 어르신이 많다. 단순포진으로 입술이 헐기도 하고, 대상포진으로 이마 가슴 등의 한 쪽에 띠같은 양상의 병변이 생기기도 한다.

세상이 시끄러운 오늘날 건강하게 잘 지내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세상 일에서 잠시라도 스스로를 격리할 필요가 있다.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는 계절이다. 너무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힘든 한 주를 보내었다면 늘어져서 푹 쉬는 주말도 필요하다. 건강을 위해 흥분을 가라 앉히고 차분히 관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