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는 19일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내란에) 당당한 입장”이라며 “미리 말하고 하는 내란이 어딨고, 국회가 계엄 해제 결의했다고 그만두는 내란이 어딨나”고 혐의를 부정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회의원 체포나 ‘끌어내라’ 등의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이 법률가인데 문제가 될 말을 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국회 탄핵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졸속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전방위 소환 조사와 헌법재판소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것이 시간 끌기라는 해석은 “너무 성급한 평가”라고 말했다. 자세한 법리적 입장은 변호인단 구성이 완료된 후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체적으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결을 같이하나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 하겠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수사와 탄핵심판을 받게 된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에 참여한 석동현 변호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체포와 관련해 대통령과 사령관들의 말이 다르다는 게 우선 지적할 점이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곰곰이 뜯어보면 사령관들이 없는 사실을 지어낼 이유가 없다. 없는 말을 하면 자신 형량이 더 무거워질 수 있는데 굳이 이런 말을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당시 흥분해 그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사령관들에게 진술을 번복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사령관들만 아니라고 하면 증거가 없으니 자기 죄는 없는 것이고, 사령관들 죄도 감경될 것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란 혐의와 관련한 견해도 일반 국민과 큰 차이를 보였다. 형법상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키는 폭동’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국헌 문란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폭동은 협박도 포함되는 것으로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도 해당된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발동 요건인 전시나 사변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요건에 맞지 않은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다는 사실에 비춰 내란 혐의는 소명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결국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접수통지와 준비절차 회부결정서 등 헌재의 탄핵 심판 관련 자료도 여러 차례 받지 않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사법 절차는 무시하고 지인 변호사를 앞세워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내란 혐의에 당당하다면 당당히 수사를 받는 게 마땅하다. 이런 논리에 속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