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생물자원에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한, 바이오 분야의 모든 소재 및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해양바이오산업이 국제 현안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가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2023년 해양바이오시장 규모는 약 63억 달러(약 8조7000억 원)였으며, 2034년에는 약 136억 달러(약 1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Precedence Research, 2024).

전 세계가 해양바이오산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가 수렵채집 활동에 이어 농경활동을 한 것은 육상접근이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기간 육상생명자원에 대한 탐구 결과, 수많은 기능성 식의약·화학소재가 발굴되어 산업적으로 활용되면서 인류 삶의 질도 높아져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보건문제가 남아 있고 기후변화, 신변종 질병의 창궐, 생활환경의 현대화 등의 사회적 이슈로 새로운 기능성 소재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는 반면 점차 탐구할 만한 육상생명자원은 고갈되고 있다.

그에 비해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생물종의 총 수가 200만∼230만 종에 이를 것으로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바다 생물은 아직까지 1%정도 밖에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 기본계획·‘21∼’30). 99%의 가능성이 아직 바다 깊숙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현재 멀고 깊은 바다까지 탐구할 수 있는 과학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양바이오산업은 1980년대에 들어와 비로소 산업적 연구가 시작되었고, 현재 절대적 우위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는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해양바이오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면 해양바이오 리딩국가로서의 위치 확보가 가능하다.

해양바이오산업의 근간이 되는 것은 해양생물자원 활용 기술이다. 해양생물은 소재의 다양성과 신규성, 육상생물과의 차별성 등 매우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많은 해양생물공학자들이 항산화, 항염증, 대사질환개선, 항균, 항암 등 건강기능성 소재들을 발굴했다. 이중 해양유래 신약 7건이 FDA 승인을 받았으며, 2021년 기준 매출이 보고된 해양천연물 유래 의약품 9종의 합계는 4조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해양바이오소재의 발굴이 전체 해양바이오산업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구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져 나온 황해 난류, 동한 난류, 대마 난류의 영향을 받는 독특한 해양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높고, 열대·아열대의 특징을 모두 갖는 제주도, 해안선이 복잡하고 섬이 많아 양식업이 발달한 남해,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이 발달한 서해, 작은 대양으로 불리며 89%가 심해인 동해, 지리적으로 인간 활동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동해 심해와는 다른 새로운 해양생태계를 구성하는 독도 등 다양하고 귀한 해양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해양생물강국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바이오연구센터(센터장 허수진)는 이러한 국내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한 기능성 식의약·화학소재 발굴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홍해삼, 소라 등 지역특화 해양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소재 산업화 기술, 바이러스 또는 슈퍼버그 감염병 치료를 위한 해양생물 유래 치료·개선 소재 개발, 해양수산부산물의 고부가가치화 기술, 해양환경을 해칠 정도로 대량으로 밀려오는 괭생이모자반과 같은 유해 해양생물 활용기술 등 해양바이오기술력 확보를 위한 많은 노력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양한 해양환경을 가진 우리나라는 해양바이오 연구의 최적지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해양바이오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해양바이오 실용화 연구 및 지속가능한 바이오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