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전체 인구 5명 중 1명 꼴로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저출생·고령화는 주요 선진국의 공통된 특징이나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빠르다.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지방소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대책 마련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정부는 손발이 묶여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가 지난 23일 전체 인구 20%가 65세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사진은 부산시 주최의 제9회 어르신 일자리 증진대회 모습. 국제신문DB

행정안전부는 23일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65세 이상이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고 25일 밝혔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간주한다. 2017년 14.02%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됐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는 불과 24년밖에 안 걸렸다. 프랑스 154년, 독일 76년 등 주요국이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빠르다. 권역별로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수도권 17.70%, 비수도권 22.38%다. 비수도권의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부산은 이미 2021년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우리나라의 초고령화는 지방소멸 현상을 부추긴다. 지난 3월 기준(한국고용정보원 분석) 전체 228개 시·군·구 가운데 20·30대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이 0.5에 못 미치는 ‘소멸위험지역’은 130개로 57%에 달했다. 17개 시·도별로는 65세 이상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27.18%), 가장 낮은 곳은 세종(11.57%)이다.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이나 울산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지 않았다. 부산은 23.87%다.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아이를 낳을 청년이 없어 부산 출산율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노인만 남는 도시는 경제 활력을 잃어 살아남을 수 없다. 무엇보다 노인 인구는 빈곤 문제와 직결된다. 지난해 부산의 60대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12만9400명에 달했다. 이런 노령사회에선 복지 수요가 폭증하고 이는 전부 젊은 세대 부담으로 전가된다. 지방의 초고령화가 심화하지 않도록 부산 등 비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을 위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종합적인 국가균형발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계속 머물도록 하는 것이 부산 소멸 위기를 막는 최선의 방책이다.

정부는 초고령사회에 맞는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 하겠다. 생산인구가 줄고 부양인구가 늘어난 만큼 고령층 일자리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연금제도 개편과 정년연장 논의가 시급하다. 또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으로 공공기관 및 공기업 추가 이전을 앞당기고 대기업들이 본사와 연구개발(R&D)역량을 지방으로 이전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탄핵정국이지만 여야와 정부는 인구문제 만큼은 정쟁보다 협치의 묘를 발휘해야 마땅하다. 수도권 일극체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소멸은 시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