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여야 타협안’을 요구하면서 정국이 다시 소용돌이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한 대행을 탄핵하려다 26일까지 기다리기로 하면서 숨 고르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까지 쌍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으나, 한 대행은 특검법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채 국회로 공을 넘겼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절차를 거친 특검법을 다시 국회로 되돌리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라며 한 대행을 성토했다. 국민의힘은 “권한대행 탄핵은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명분과 실리를 떠나 국정 공백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 대행은 독소 조항 지적을 받는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할 명분이 있다지만, ‘내란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의 경우 거부할 논리가 부족하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고 수사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의힘 의원 중 일부는 독소 조항을 수정하면 찬성할 의향을 보였다. 이 법을 제안한 배경에 정치 공방의 요소도 있다.

‘내란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비상계엄 사태 수사는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앞다퉈 경쟁하며 쪼개기 부실 난맥 지적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수처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탄핵 심판이 먼저라며 수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을 통한 수사 주체의 정리와 종합적이고 신속한 수사가 절실하다. ‘내란 특검법’에 일부 조항의 문제가 있지만, 비상계엄 사태의 엄중함을 고려하면 큰 장애는 되지 않는다. 한 대행이 이를 거부하면 내란 세력에 동조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거의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 변명거리가 없다. 한 대행이 재판관 임명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계엄 관련 자료 제출을 묵살하는 윤 대통령의 기만 살려줄 뿐이다. 27일 시작하는 헌재의 심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야·정협의체가 26일 공식 출범한다. 경제와 안보 분야를 주로 다루는 협의체에서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대행이 법정 시한까지 ‘내란 특검법’을 공포하고 재판관을 임명하면 국정 리더십 부재는 막을 수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한 대행과 국민의힘에게도 운신의 여지를 주는 정치적 묘가 필요하다. 모든 법률안을 관철하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국민의힘도 권영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이뤄진 친윤 투톱을 앞세워 대통령 지키기에만 골몰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대행의 대행’이라는 악순환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