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20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앞바다에 국내 첫 해상관광호텔이 들어섰다. ㈜동남해상관광호텔이 2002년 7월부터 2003년 9월까지 운영한 ‘페리스 플로텔’이다. 유람선(7800ｔ)을 개조한 53실 규모 호텔이었는데, 2003년 9월 태풍 ‘매미’에 배가 기울며 물이 들어차 운영이 중단됐다. 이후 새 선박으로 사업 재개를 추진했으나 2006년 업체가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아 무산됐다. 한동안 흉물로 남았던 선박은 2005년 APEC 정상회담 때 선체를 분해, 고철로 처분됐다.

해상호텔 사업은 3년 뒤 지역 기업이 재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당시 토마토크루즈 측은 전 운영사인 동남해상관광호텔 전 대표와 2006년 1월 사업승계계약을 체결하고 두 차례나 사업승계신고서를 해운대구청에 제출했지만 불가 조치됐다. 그러나 토마토크루즈 측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구청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고, 법원의 조정권고안으로 결국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 뒤 토마토크루즈는 구청으로부터 관광사업등록증을 교부받아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구청은 동남해상관광호텔의 각종 과태금의 미납 사유로 등록을 취소했다.

최근 해상호텔 사업이 재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업자인 ㈜KCG가 운촌항 해상에 8층 규모 크루즈 선박을 띄워 호텔과 부대시설, 영화촬영소 등을 운영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총 103실 규모 호텔과 라운지 사우나 수영장 레스토랑 요트클럽 피트니스 카페 마사지숍 가상체험공간 등을 갖춘 중형급 시그니처 선박이다. 사업자는 시민에게 여가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방파제와 접안시설 1000여 평에 무료 야외공연장과 테마공원 등 다양한 친수공간도 조성하겠단다.

그런데 또다시 해운대구청은 부도 처리된 옛 사업자가 납부하지 않은 점용 변상금, 인공구조물 원상회복 등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어 사업 추진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음이나 미관 저해를 우려하는 주민 의견이 우세하다면 사업을 승인받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업자 측은 “현재 사업승인 절차가 진행 중인 크루즈 호텔은 해상 토목공사가 이미 완료된 상태”라며 “기존 타워형 호텔들과 달리 장기간 공사로 인한 소음 및 분진 등 주민생활권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새해에는 체류형 관광시설이 부족한 해운대에 랜드마크 해상호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운대구청과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길 기대한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