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희생자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광주에서 한 희생자 빈소가 차려졌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청사 브리핑에서 “DNA 불일치 등으로 추가 정밀조사 중인 인원은 나머지 5명”이라고 밝혔다. 희생자 179명 가운데 174명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국토부는 가족들이 원한다면 오후부터 28명의 시신을 인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새해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정함에 따라 부산을 비롯한 17개 시·도와 66개 시·군·구에 모두 88곳의 합동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다. 슬픔과 안타까움 속에 2024년을 보내고 2025년을 맞는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연말연시다.

부산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조문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kookje.co.kr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엔 전국에서 추모객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시청 1층 로비를 비롯한 전국 합동분양소가 같은 모습이다. 이날 오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추모 국화 달기 공간에 100만 명가량이 참여했다. 해마다 하던 해맞이 행사도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부산시는 2025 새해맞이 부산 시민의종 타종행사를 취소했다. 해운대해수욕장 빛축제 새해 카운트다운과 광안리해수욕장 광안리M드론 라이트쇼 특별공연도 마찬가지다. 광안대교 경관조명은 국가애도기간 추모 문구를 표현한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려는 마음에 누구하나 다름이 없겠으나 당사자에게 비할 바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럴수록 생존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회적 지지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지난 30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이 참사에서 특히 중요한 건 생존자와 유가족, 목격자 및 이 사고로 충격을 받을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라며 “사회적 지지는 재난 트라우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연구 자료에 따르면 유가족의 57%가 사고 발생 6년 이후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였다. 참사 희생자 시신 수습에서부터 장례 절차, 보상은 물론 앞으로 트라우마 극복까지 정부와 제주항공은 물론 사회 전체가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

탄핵 정국에 더한 여객기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겼다. 예측 가능한 일상의 소중함이 새삼스럽다. 비정상인 정국이 안정을 되찾아야 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경제가 안정을 되찾아야 하고, 우리 모두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일상의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2025년 새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고착화 극복이란 국내 현안에 더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 재편은 중첩된 위기다. 탄핵 정국 해소와 새로운 국정 리더십 확보는 위기 탈출의 첫단추다. 어려울 때마다 슬기롭게 이겨낸 원동력은 국민이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정치인들의 성찰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