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현안을 챙길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고 이같이 뜻을 모았다. 국정협의체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 의장, 권 비대위원장, 이 대표 등 ‘4인 체제’로 민생과 경제 등 국정 현안을 챙길 계획이다. 여·야·정은 앞서 국정협의체 가동에 합의했으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 여파로 출범하지 못했다.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많은 만큼 이번에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함으로써 최악의 여·야·정 갈등은 피했다. 최 대행에게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수습해야 할 과제가 우선이다. 179명 희생자 전원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유족과 함께 장례를 엄숙히 치르고 보상을 적절히 해야 할 책임이 남았다. 참사가 던져준 국내 항공 운영 체제 개혁에도 힘을 쏟아야 하겠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공항 종단안전구역(활주로 끝에 설치하는 완충지대) 내 항공기 속도 저감시설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외국의 주요 공항에 설치된 항공기 이탈 방지시스템(EMAS)이 국내에 없다고 하니 한심하다. 오는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이후 예상되는 무역 전쟁에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경기 침체와 환율 급등, 대외신인도 추락 등도 최 대행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정쟁에서 벗어나 민생 챙기기로 눈을 돌려야 마땅하다. 외교 안보 통상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불안하다. 정부를 견제해야 할 세력이 야당이지만 비상상황인 만큼 여야를 떠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여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오직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 이 대표도 이날 회동에서 “정정 불안 해소에 힘을 합치자”고 말한 만큼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여당인 국민의힘에게는 국정 정상화를 제일선에 놓고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국회 제2당이라 영향력이 떨어진다고 야당만 탓할 게 아니다. 여당답게 정치력을 발휘하길 국민은 원한다. 작금의 정치적 혼란은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 책임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권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의 집단 사의 표명을 두고 국정 안정에 역행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대통령 탄핵 심판과 수사를 헌법기관 등에 맡기고 민생을 챙기길 정치권에게 촉구한다. 협의체가 사실상 국정 컨트롤타워다. 민심을 섬겨 민주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협력을 발휘할 때다. 자당의 이익을 앞세워 협의체 운영에 딴지를 건다면 “4류 정치답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