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패망은 외세 침입보다 내부의 분열, 붕괴(부패)가 더 치명적이라는 것은 고대 로마제국과 조선시대 말기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매관매직 세도정치 부패 무능으로 외세 침략의 도화선이 되었고 붕괴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서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한국 공직사회의 부패 심각성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국민 3명 중 2명이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성실히 일하고 일만 하는 사람은 바보 취급 당하고, 공익보다 사익에 몰두하는 행정의 비능률, 원칙주의자가 도태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도덕 불감증, 능력보다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어느 정도 부패는 인식하지 않는 풍토가 잔존함으로써 사회가 혼란에 빠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위기상황이다. 국제적으로는 기후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가자지구 전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국정이 고장난 엔진처럼 굴러가고 있다. “군자가 의로움을 바탕으로 삼고 예에 근거하여 행동하며 겸손함으로 나아가고 신뢰로써 일을 이룬다면 역시 군자로다”.(위령공17) 이러한 “도덕적 삶에서 생명의 가치를 발견하자”는 공자의 말이 한국사회에 큰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개인의 양심과 가치관, 청렴과 도덕성 등 공직사회의 수준을 높여야 할 순간에 직면했다. 가난한 섬나라를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탈바꿈시킨 싱가포르 이광요 수상과 오직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정의와 평등을 위해 부패에 굴하지 않았던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바티스타 정권을 전복시키는데 성공한 체 게바라, 권력다툼과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았던 위대하고 청렴한 이순신 등을 볼 때 세계적인 윤리적 리더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네덜란드의 전설로 내려오는 마을 근처 둑 작은 구멍에서 물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손가락으로 나라를 구한 소년과 나비효과를 창시한 에드워드 로렌츠 교수를 생각해 본다. 초기 아주 작은 변화가 시간이 흘러갈수록 예측하지 못한 변화를 일으킬 혼돈이론이 성립하는 것처럼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는 세계적인 리더 1500명을 대상으로 21세기 최고경영자(CEO)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물었는데 88%가 윤리성이라고 응답했다. 타이레놀의 청산가리 사건으로 7명이 사망한 존슨&존슨사의 윤리·도덕적 경영사례와 30년 동안 조직 리더십을 연구한 에드거 파이어가 가장 훌륭한 리더의 덕목으로 꼽았던 도덕과 청렴, 정직과 성실, 나폴레옹의 통찰력에서 비롯한 강력한 리더십이 팀의 역량을 변화시켰던 사례나 한국 전통관료 사회에서 청렴을 덕목으로 삼았던 사불삼거(四不三拒)는 윤리성을 강조한 리더십의 좋은 예다.
지금 한국사회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국가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 지역사회와 정치인, 공직자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사회에서는 산업화 이후 급속히 붕괴되어가는 사회를 복원하기 위한 감시와 지원의 역할을, 정치인들은 법적 제도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공직사회는 국가시스템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고 청렴과 도덕적 책임,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하면서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책임을 다할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공직자들이 스스로 청렴성을 실천하도록 정기적인 청렴교육과 훈련을 강화해 청렴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청렴성의 모델이 돼 상급자들의 투명하고 정직한 업무 처리방식을 보여야 비상시국에서도 국가 시스템이 온전히 가동돼 국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