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세계는 늘 미래에 산다. 투자의 대가라는 명성을 누린 사람들이 대체로 장수한 사례가 많다. 그중 유럽에서 명성을 날린 코스톨라니는 장수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아마도 미래에 희망을 걸고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듯하다는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100세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작고했다.

현존하는 대가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새해로 95세를 맞았고, 그의 오랜 동료로 지난해 별세한 찰리 멍거는 99세를 현역으로 살았다. 이 두 사람은 대공황 직후에 태어나 2차대전, 동서 냉전의 시대, 중동전과 베트남전쟁, 오일쇼크 등 여러 경제위기와 리먼사태 등 대형 금융위기를 숱하게 경험했다. 그러는 사이에 투자의 현인으로 성숙한 안목과 태도를 키워왔다.

평소 그런 거장들의 흔적들을 배우며 새로운 지혜를 찾는 투자학자로서 일해오지만, 요즘처럼 차고 넘치는 난감한 외부 돌발사태를 보니 도대체 어디에다 길을 물을까 싶다.

누구나 희망을 가져야 하는 2025년의 연두에도 투자시장의 시계는 오밤중이다. 게다가 한국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주 주위가 총천연색의 리스크 투성이다. 여기에다 아직은 낯설디 낯선 무슨 무슨 가상자산들도 덩달아 칼춤을 춘다.

차분하게 한 해의 투자를 준비하도록 생각을 돕는 일이 본디의 직업인데도 화두를 찾지 못한 채 이렇게 2025년 벽두에 우두커니 섰다. 특히 코로나 이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아주 쉽게 위험자산 투자에 접하고 있는 젊은 투자자들(심지어 어린이들까지)에게도 투자의 노장으로서 염려가 크지만, 그보다 더한 체계적 위험의 방향성과 불확실성을 감히 내다보지 못해 어른다운 조언조차도 못하는 형국이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남긴 “위대한 업적은 그만한 위험을 마주한 보상”이란 명언을 다시 꺼내 들지 않더라도 분명 이 시기에도 투자의 기회는 숨어 있는 법이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등장하는 투자시장 외부의 돌발상황은 크게 세 가지의 특징으로 관측이 된다. 우선 정치권력에서 완력화하는 일들이 잦아진다. 그리고 전쟁이 국제문제의 해결책으로 쉽게 곳곳에서 발생한다. 국제시장의 수급 시스템을 벗어나 여러 거래들이 국가적 보복 수단으로 일방화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의 등장과 악화는 주식시장에서 대체로 저가주나 실적 부진주의 기술적 매매를 어렵게 한다. 투자시장 주변에는 투자자의 성향이나 자금여건상 낮은 가격의 투자상품을 주로 다루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주가도 가급적 싼 걸 사고, 부동산도 주로 싼 걸 다룬다. 심지어 가상자산도 액면이 낮은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한데 요즘처럼 핵폭탄급의 시장위험이 등장하면 이런 류의 소위 투기적 저가거래는 시장의 호응을 얻기가 어렵다.

미국에는 소형주의 주가지수가 있다. 러셀 2000이란 지수다.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경제가 조금 좋은 편이었는데도, 체계적 위험은 자심했다. 그 여파로 소형주와 저가주의 주가 상승은 고가주나 대형주나 성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우량주 지수인 S&P지수는 25% 상승해 선전했다. 평소 등락이 큰 성장주 지수 나스닥은 32.9% 상승해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저가주가 많고 소형주가 많은 러셀 2000지수는 14.3% 상승에 그쳤다. 당분간 요즘처럼 역대급 외부 악재들이 준동할 때는 저가주나 소형주 투자에 신중을 요한다. 이른바 작전 투자 세력들도 이런 시장환경에서는 활동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나 외부 악재가 돌처럼 시장을 누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트럼프 등장으로 전쟁의 변수는 일단 휴전이나 협상의 틈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런 단초로 인해 주식시장이 안정을 보인다면 대개는 경기관련주가 선두에 선다. 우리는 수출 전략산업 주식들이 그 대표자들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미운 오리가 되어버린 삼성전자도 일련의 외부 악재들이 가벼워지면 그만큼 발길이 가뿐해 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형우량주는 저평가 상태라는 점이고, 중소형주는 더 싼 상태라는 점이다. 실물경제 시장에서 40년을 넘게 겪어보지만, 가치의 세상은 언젠가는 반드시 제자리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