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권한을 경찰에 넘기려다 좌절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은 유지하되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일임하겠다고 6일 밝혔다. 실제로 공수처는 이런 내용의 공문을 전날 국수본에 보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5시간30분 동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체포영장 만료일이자 1차 집행 시도 사흘 만에 영장 집행권 자체를 넘기겠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경찰의 거부로 공수처 계획은 일단 무위에 그쳤으나 여진은 만만치 않다. “무능한 공수처, 무책임한 소동”이라는 비난이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쏟아진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발송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는 사건 초기부터 검찰 경찰 공수처가 서로 맡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섰다. 급기야 동일인에게 중복으로 출석을 요청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자,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공수처가 맡고, 나머지는 검찰이 수사하기로 교통정리했다. 하지만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자 영장 만료 기한 마지막 날 집행 권한을 경찰에 떠넘기려한 것이다. 게다가 공수처는 “어느 단계가 되면 (경찰로) 재이첩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수사권 일부를 타기관에 맡기는데 그치지 않고 수사권 자체의 재이첩을 검토할 정도면 공수처가 애초에 이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 수사가 정당성을 갖는 건 현직으로 형사소추가 가능한 내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죄 수사 권한은 경찰만 갖고 있다. 공수처가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리는 형태로 수사 주체 논란을 우회하고, 직권남용죄의 여죄로 내란죄를 엮어 수사하겠다고 나설 때부터 수사 적법성 문제는 이미 시작됐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여부를 서울서부지법에서 정리했다고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하급심 판단일 뿐이다. 이러니 공수처의 수사권과 체포영장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윤 대통령 측에 반발 빌미를 제공하고, 양측 충돌 과정이 국내외에 낱낱이 공개됨으로써 국격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힘을 빼기 위해 만든 옥상옥 조직이다. 성과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다. 검사 25명 정원을 채우지 못해 허덕이는데다, 지난 4년간 겨우 5건 기소해 이마저 무죄가 났다. 연간 수백억 원 예산을 쓰는 조직치고는 초라하기 그지 없는 성적이다. 공수처가 어설프게 대통령 내란죄 수사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다 빈약한 내공만 들켰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참에 내란죄 수사권 논란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 법대로 경찰이 수사하면 된다. 현직 대통령이 전무후무한 위헌 위법 혐의를 받는다고 해서 이를 수사하는 과정도 위헌 위법 편법한 방식이어선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