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6일 8인 체제 첫 재판관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핵심 사유인 내란죄 철회 논란에 입장을 정리했다. 헌재는 브리핑에서 탄핵 사유 변경 시 국회 재의결이 필요한지에 대해 “명문 규정이 없다”며 “이는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헌재가 내란죄 철회를 국회 측에 권유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엔 “권유한 적 없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단이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한 것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속도전이라며 탄핵안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헌법 절차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권성동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소추단장을 맡았을 때도 뇌물죄 등을 철회한 적이 있다고 맞받았다. 헌재는 이제 각종 논쟁을 불식시키고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야 하겠다.

헌법재판소가 6일 8인 체제 후 첫 재판관 회의를 연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 심판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한 것은 국민의힘 주장 대로 심판을 오래 끌지 않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서둘러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내 이 대표의 형사재판이 끝나기 전에 대통령에 취임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8개 사건에 대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상태다. 헌재는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기관이므로 민주당이 주장하듯이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대통령의 행위를 놓고 탄핵 여부를 가리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죄의 성립 여부를 다투는 것은 형사재판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소추 사유를 어떠한 연관 관계에서 법적으로 고려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이라는 헌재 설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헌재의 설명 대로면 국회에서의 재의결 여부는 재판관의 판단에 달렸다. 탄핵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중 일부는 내란죄가 탄핵소추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헌법학자나 전 헌재 연구관 등은 견해가 다르다. 탄핵소추의 사실 관계가 바뀌면 재의결해야 하지만, 내란죄 법 조항만 헌재에서 다투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소추단이 내란죄를 철회한 것은 논란을 자초했다. 내버려뒀으면 헌재가 알아서 탄핵을 판단했을 것이다.

헌재는 오는 14일 첫 변론기일을 열 예정이다. 심리를 매주 2회(화·목요일), 평의는 매주 1회 열기로 했다. 다음 달 4일까지 총 다섯 차례의 변론기일을 미리 지정했다. 5회 변론기일의 심리 경과를 보고 추가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4월 18일까지는 결정이 나야 한다. 헌재는 8인 재판관 체제에서 심판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결론이 나든 불복할 여지를 줘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