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집결한 것과 관련해 비난 여론이 드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체포·압수수색 영장 집행 만료일인 지난 6일 체포를 저지할 목적으로 관저로 몰렸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108명)의 3분의 1이 넘는 44명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앞세워 윤 대통령 체포를 막는 ‘인간 방패’ 역할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고, 관저가 압수수색 제한을 받는 보안시설인데도 예외 규정을 넣어 영장을 발부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켰던 44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

집권당 의원들이 국가 공권력 행사를 막으려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공수처에도 수사 권한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볼 때 하자가 있는 체포영장일지라도 이는 윤 대통령 측이 법리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다. 여당 의원들이 탄핵소추된 대통령을 비호하는 모습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일각에서 현행범은 불체포특권이 없는 만큼 참석한 여당 의원들을 체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관저에 모인 의원 대부분은 영남 지역과 대통령실 출신 친윤계다. 12.3 계엄 사태 당시 국회 본회의장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이후 보수 결집 현상이 나타나자 집단행동에 나섰다. 앞서 지난 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34.5%를 기록해 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참석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언행을 하기보다는 끝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다음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지난 주말에는 극우주의자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이 주도한 탄핵 반대 집회엔 김민전·윤상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원들 개인 차원의 행동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으나 무책임한 처사다. 비상대책위원인 임이자 의원,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인 강명구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최은석 의원 등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도 관저 집회에 참석했다. 다수 국민 입장에선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옹호하고 강성 지지층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권 비대위 체제에 들어선 후에도 계엄사태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하기보단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분위기가 짙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단죄에 이어 탄핵심판 대상이다. 윤 대통령과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기대를 거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지지율이 조금 회복된 데 고무됐다면 이는 오산이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국민의힘은 충청 지역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지역정당에 머물렀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처럼 ‘영남 자민련’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