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와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한 수련 및 입영 특례 적용을 발표하고 의정갈등에 사과했다. 정부가 한발 물러섰으니 의료계도 의료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지난 10일 “전공의와 의대생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해서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기존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도록 수련 특례를 인정하기로 했다. 또 입영 대상이었다가 복귀를 선택한 전공의는 수련을 마친 뒤 군의관·공중보건의 등으로 입영하도록 최대한 조치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의정 갈등에 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그동안 의료계가 정부 측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현 정부 최고책임자가 사과의 뜻을 전하고 복귀를 위한 유화책을 내놓은 것은 잘한 일이다. 정부의 사과와 해법은 지난 8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회장이 선출되면서 대화 분위기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김 회장은 임현택 전임 회장이 막말 논란 등으로 탄핵당한 후 치러진 선거에서 회원 60%의 지지를 받아 선출됐다. 그는 지난해 의정 갈등 초기에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투쟁에 앞장선 강경파다. 하지만 김 회장은 당선사를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비판하면서도 최고 결정자가 의료계와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가 지난해 2월 집단 이탈하며 의료 대란이 빚어진 지 1년이 다 됐다. 의대 증원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강하나 국민의 피로감과 고통이 극에 달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의정 갈등 장기화가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자가 88%에 달했다. 이중 52.4%는 ‘불안감 등 심리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의료 공백으로 국민 불편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주장만 반복한다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이미 정시 원서 접수가 끝나 올해 의대 입학 정원은 되돌릴 수 없다. 의료계는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현실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정부가 2026학년도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만큼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화답하길 바란다. 시기를 놓치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도 멈출 수 없어 사회적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해 가동하다 중단된 여당·의료계·정부 협의체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의정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 대책을 둘러싼 의료계 불신을 달래려면 협의체에 야당까지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대 정원 조정과 필수·지역 의료 강화, 의료 수가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의료계도 의정 갈등을 해소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