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비상계엄을 발동해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가 12일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체포영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집행하려는 상황에서 신변 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헌법재판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경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포영장을 탓하며 탄핵심판 재판마저 불응하는 모양새다. 요새화한 대통령 관저를 배경으로 장기 농성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을 앞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경찰 버스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을 열 예정이다. 16일, 21일, 23일, 다음 달 4일까지 총 다섯 차례 변론기일을 공지했다. 윤 대통령이 불출석하면 14일 변론은 당사자 불출석을 이유로 끝내고 16일부터 본격 변론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법에 따르면 변론기일에 당사자가 출석하도록 하고,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잡아야 한다.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 상태서 심리할 수 있다. 2017년 1월 3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도 당사자 불출석으로 9분 만에 끝났다. 두 번째 기일부터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을 빌미로 재판을 늦출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법 미꾸라지’처럼 갖은 핑계를 대는 윤 대통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정해진 절차대로 차질 없이 탄핵심판을 진행해야 하겠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한 박종준 경호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은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박 처장은 경찰에 출석하기 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최 대행이 이를 수리하면서 박 처장은 이제 민간인 신분이 됐다. 경호처 간부들마저 수사기관에 협조하고 있다. 일부는 아직 저항 중이다. 같은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경찰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불응했다. 경찰은 세 번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김 차장의 체포영장을 법원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공수처와 경호처 등 공권력 간 충돌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윤 대통령의 자진출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법을 수호해야 할 현직 대통령이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거부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자당 소속 의원까지 대통령에게 법을 지키라고 권고하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 절차에는 논란이 있다고 해도 헌재 변론은 법에 정해진 대로 진행되고 있다. 변론 불출석은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안위는 중요하고 법치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