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국조특위) 첫 청문회가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증인 상당수가 형사 처벌을 이유로 증언·선서를 거부해 진실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을 잡아들이라고 전화한 사실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직접 증언한 점은 성과다. 내란국조특위는 76명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20여 명이 사유서를 내고 불참했다. 특위는 또 사유서를 내지 않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대통령의 지시는 “비상계엄 확인했느냐. 이번에 잡아들여 싹 정리해라.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적극 지원해라. 자금이면 자금, 인원이면 인원 무조건 지원해”이다. 그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 체포 명단을 듣고는 “이건 아니다 싶어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도 이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국회의원 등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진술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선서한 후 위증하면 처벌받는다. 윤 대통령을 제외하고 다수가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누구의 증언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다.

홍 전 차장이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대통령 지시를 보고한 것을 두고는 진술이 엇갈렸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1시간 뒤 열린 국정원 긴급정무직회의에서 1차 언급했고, 회의가 끝난 후에는 대면보고했다는 것이 홍 전 차장의 주장이다. 조 원장이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자신에게 정치적 중립 위반을 걸어 경질한 것은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법을 위반한 피의자로 검찰 출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 원장은 청문회장에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에 명예를 걸겠다”고 답했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형사 사건이 진행 중임을 들어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이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등을 질의하자 “증언하지 않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정확하지 않은 기억에 의존해 증언하면 진행 중인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증언 거부가 법에 보장됐다고 하지만 국민적 의혹 규명 회피는 장관 출신답지 않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대통령의 쪽지 등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홍 전 차장과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이 그나마 실체 규명에 한 발 더 다가간 셈이다. 수사기관과 헌재는 이들의 진술에 귀 기울여야 하겠다. 증인들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청문회에 성실히 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