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 3’ 대기업인 한화오션이 부산에 연구개발(R&D) 거점을 구축한다. 한화오션은 최근 선박과 해양플랜트 설계 및 기술을 연구하는 부산엔지니어링센터(BEC) 건립 투자 양해각서를 부산시와 체결했다. 약 100억 원을 투자해 중구 중앙동에 연면적 1320㎡ 규모로 BEC를 열어 150명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5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선·해양 주요 기업의 R&D센터가 부산에 둥지를 튼 건 삼성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 R&D 센터) 한화파워시스템(선박솔루션사업센터) 오리엔탈정공(R&D캠퍼스)에 이어 네 번째다. 이들 4곳의 근무 인력은 1000명이 넘는다. 부산이 선박 해양플랜트 조선기자재 등 조선업 전반의 R&D 집적지로 떠오르는 중이다.

지난 2023년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로 거점을 옮긴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직원들이 해양플랜트 설계 등 업무를 보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 울산 경남은 누가 뭐래도 한국 조선산업을 이끄는 조선·해양의 도시다.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50조 원 가깝다. 조선기자재 관련 협력업체도 풍부하다. 특히 매력적인 건 인적 자원이다. 조선·해양 관련 학과가 국립대와 사립대를 합해 전국에 20여 곳인데 절반 이상이 부산 경남 울산에 모여 있고, 그 가운데 5개교(부산대 부경대 한국해양대 동아대 동의대)가 부산이다. 전문 인력 수급이 이만큼 원활한 도시가 없다는 뜻이다.

최근 몇년 새 조선업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년간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의 30%(91척)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의 수주잔고(남은 건조량)가 84척으로 금액으로 치면 28조 원 어치나 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에서 대형 LNG 운반선을 가장 많이 수주하고 인도한 업체로 기록됐다. HJ중공업 역시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수주액을 기록하는 등 함박웃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선업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국 견제, 에너지 자원 개발 완화 방침 등은 한국 조선업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선박 건조와 해양 설비 기술력은 한국이 세계 최고이고 그 핵심지가 부산 울산 경남이다. 부산이 조선업 R&D의 중심이 되면 세계 조선산업의 브레인이 되는 것이다.

청년의 탈부산은 좋은 일자리 부족이 제일 큰 원인이다. 대기업 R&D 센터 만한 양질의 직장은 드물다. 지역에서 배출된 인력이 지역에 근무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려면 부산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몇년 전 선박 수리와 육상플랜트가 주력 사업인 부산 본사의 한 대기업 계열사가 500명 규모의 R&D 인력을 수도권으로 옮긴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기업은 이익이 된다 싶으면 언제든 빠져 나간다. 기업이 투자와 채용 약속을 지키도록 독려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다른 도시가 흉내 못낼 부산만의 강점을 무기로 관련 산업 집적화를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