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분의 1’. 국제배구연맹(FIVB)의 우리나라 한 선수에 대한 평가다. 전 세계 배구인은 그를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자프로배구(V리그) 선수 김연경(흥국생명). FIVB는 2022년 그를 ‘2021년 세계 최고 여자배구 선수’로 선정했다. 축구로 치면 ‘발롱도르 1위’와 비슷하다. 이때 이미 34살로 운동선수 전성기가 지났을 때였다. 하지만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다른 선수를 압도했다.

그는 등장부터 충격이었다. 2005~2006시즌 V리그 흥국생명에서 데뷔해 첫해 신인상과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등 6관왕을 달성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2009년 해외로 진출해 11시즌 동안 배구 강국인 일본, 튀르키예, 중국 리그에서 가는 팀마다 우승을 안기며 MVP를 휩쓸었다.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 ‘4강 신화’를 일궜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36년 만이었다. 그는 당시 올림픽 최초로 4위 팀에서 나온 MVP에 선정됐다. 이어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등 ‘배구 변방’이던 한국을 중심으로 격상시켰다.

그의 행보는 국내 복귀 이후에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완전히 V리그로 돌아온 2022~2023시즌부터 매 시즌 정규리그 MVP를 받았고,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한국에서 뛴 7시즌 동안 6차례 정규리그, 3차례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됐다. 올해 정규리그 MVP가 유력하고, 팀이 우승한다면 챔피언결정전 MVP 가능성이 크다.

여자프로배구는 2005년 프로배구 출범 당시 남자부에 앞서 열리는 ‘오프닝 경기’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면서 ‘겨울 스포츠 꽃’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김연경이 11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2020~2021시즌 시청률은 1.29%로 훌쩍 높아졌고, 현재 여자부 시청률은 남자부보다 배 이상 높다. 올 시즌 여자부 최다 관중 상위는 모두 흥국생명 경기다.

그는 지난 13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했다. 각 구단은 ‘김연경 은퇴 투어’를 연다. 프로배구 사상 처음이다. 세계적인 배구 감독들은 그를 “축구의 리오넬 메시보다 훌륭하다”고 했고, “아포짓처럼 득점하고 리베로처럼 디그와 리시브를 하며, 기계처럼 서브를 넣고 미들 블로커처럼 블로킹을 한다”고 했다. 이런 선수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의 은퇴가 아쉽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