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형사재판이 20일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주재로 열린 이날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13분 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 측은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고 추후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출석했지만 발언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달 24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헌정사 최초의 현직 대통령 형사재판이다.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과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가 재판 쟁점이 될 것이다. 재판부는 엄정한 법의 잣대로 심판해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린 20일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첫 공판에 이어 열린 구속취소 청구 심문에서 윤 대통령 측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진 불법 기소로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심문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은 지난달 25일이 구속기한이었고 26일 기소했으므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든 모든 시간을 분 단위로 구속 기간에 산입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송부할 때 대통령 신병을 넘기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지만 이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해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증거 인멸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형사소송법이나 법원 판례에 따라 구속기간은 시간이 아닌 일로 계산한다고 맞섰다. 구속취소 심문 결과는 다음 달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변호인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와 관련한 재판부 질문에 “기록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인정 여부를 지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다른 사건 병합 심리와 집중 심리 여부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구속취소 심문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주장한 것을 녹음기로 재생하듯이 되풀이했다. 변호인은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의 줄 탄핵, 입법 폭주, 무차별 예산 삭감 등으로 행정이 마비돼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국민에게 이런 위기 상황을 호소하기 위해 선포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가결되자 바로 군을 철수시키고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했다”고 항변했다. 공수처가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형사재판부는 헌법재판소와 달리 재판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1심에서 피고인 최장 구속기간이 6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선고는 늦어도 오는 7월 말에 나올 전망이다. 검찰이 제출한 서면 증거가 7만 쪽에 달한다. 법원은 이 기간 사건 심리에 집중해 절차적 흠결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 정치권, 여론, 다른 재판 등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길 바란다. 윤 대통령 측이 헌재 탄핵심판에 이어 형사재판마저 재판부를 공격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법 기술을 부리거나 지연 전략을 편다면 법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