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최근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종식·김교홍 의원 등이 지난해 10월 각각 발의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논의했다. 이 개정안은 소관위원회에서 검토한 후 처리 일정을 논의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3분할(수도권 비수도권 제주) 방식 요금제가 아닌 자치단체를 기준으로 나누는 게 핵심이다. 허 의원안이 광역자치단체, 김 의원안이 자치단체 전력자급률을 기준으로 전기료를 차등 부과하는 내용이다. 허 의원안은 시·도를 기준으로, 김 의원안은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를 포함한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허 의원안을 기준으로 할 때 부산과 경남 같이 전력자급률이 높은 곳의 전기료가 싸지는 구조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구상 중인 3분할 방식은 비수도권 가운데서도 대전처럼 전력자급률(3.1%, 2023년 기준)이 낮은 곳과 부산(174%)·경남(123%)같이 높은 지역의 형평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 한 허 의원안과 자치단체(기초 포함)를 기준으로 한 김 의원안이 나왔다. 기초자치단체 전력자급률을 기준으로 나눌 땐 한 시·도 안에서 큰 차이를 보이므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있다. 부산 내 금정·남·동·북구 전력자급률이 0%대이지만, 기장군(1896%)과 사하구(259%)는 부산 전체보다 높다. 한 도시 안에서도 전기료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되려면 발전소는 적고 소비는 많이 하는 수도권 반발을 넘어야 한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인천은 사정이 다르다. LNG·화력발전소가 몰려 있어 전력자급률이 186.3%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두 의원안대로 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되면 수도권인 인천에 기업이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법안 제안 이유 중 하나인 국토균형발전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전력자급률과 함께 국토균형발전 요소를 적절히 안배해야 타당하다. 행정구역과 전력계통 불일치도 난제다. 산자중기위 검토 보고서에도 이 같은 문제점이 적시돼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한전이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도매요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산정하고, 내년부터는 사용자가 지불하는 소매요금도 지역별 차등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매요금의 지역별 가격제 시행 시기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민감한 문제라 쉽게 기준을 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미뤄선 안 된다. 기업이 어렵다고 당장 전력을 싸게 공급하는 것은 탄소제로의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다. 에너지 수급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게 뻔하다. 발전소에서 먼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게 쉽지 않다. 송·배전 설비를 설치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고, 주민 반발도 거세다. 전력 다소비 지역에 신규 발전소를, 전력 과잉공급 지역에 수요 기업을 유치하자는 법 취지를 잘 살려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