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6명이나 사망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화재 참사는 준공 후 실사용 전까지 현장 관리·감독 부재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준공 승인이 난 건축물이라도 실제 사용하기까지 개별 공간에서 내부 마감이나 인테리어 공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걸맞은 안전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공사 주체나 내용은 각자 다르지만 전체 투입 인원이 이번처럼 수백 명에 이를 때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가 공사 편의 등 목적으로 소방설비를 변형하거나 작동 중단시키는가 하면, 화재 예방에 중요한 내외장재나 창호 등을 바꾸거나 없애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현장을 관리 감독할 책임자는 배치 근거가 없다.

지난달 22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공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끝낸 화재 참사 유족들이 사고 현장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이번 사고에 희생된 사망자들은 모두 건물 1층에서 발견됐다.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다 1층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한꺼번에 변을 당했다는 게 잠정 결론이다. 만약 현장에 안전관리 책임자가 있었고, 그가 화재를 신속하게 전파하고 대피 경로를 안내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인재라 하겠다.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 헤드에 덮개가 있고 일부 구역 천장에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고정이 안된 채 방치돼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프링클러 밸브가 잠겨있었다는 기록이 소방당국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밸브가 잠기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더라도 물이 안 나온다. 지난해 12월 건물이 준공 승인을 받을 당시엔 소방설비가 적법하게 설치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후 공사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한 무단 변경이나 작동 중단 조치가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인테리어 공사에서 특히 위험한 건 용접 불씨다. 이번 불도 1층에서 배관을 절단하고 용접하던 중 가연성 내장재에 불씨가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용접 불티로 화재가 발생해 무려 38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이천 물류창고 사고 이후, 정부는 ‘건설현장 화재 안전 성능 기준’을 마련해 2023년부터 시행했다. 용접 작업을 할 때 주변에 가연물이 있으면 반드시 방화포를 깔도록 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사가 진행 중인 작업장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반얀트리처럼 이미 준공 승인이 난 건물은 대상이 아니다. 방화포가 의무화 되어 있는 현장도 현실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데 관련 규정조차 없는 곳에서 이를 의식했을 리 만무하다.

반얀트리 화재 사고의 경우 우선은 소방설비 설치와 작동이 법적 기준에 부합했는지, 궁극적인 사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만약 준공 이후 공정의 안전대책 미비가 사고를 키운 주요 원인이라면 관련법규 개정이나 행정절차 확립이 시급하다. 호텔이나 쇼핑몰 같은 대형 상업시설은 준공 후에도 개별 입점 업체가 추가 공사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를 전반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런 사고가 또 벌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