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정비 작업을 가로막던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 관련법상 빈집의 정의에서 제외되어있던 무허가 주택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빈집및소규모주택정비에관한특례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면서다. 지금까지는 빈집을 ‘1년 이상 비워진 집’으로 규정하면서도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건물, 일명 무허가 건물은 빼놓았다. 그러나 이번에 법을 바꿔 무허가도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철거나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앞서 원도심 5개 지자체가 모인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도 각 구의 빈집 조례를 개정해 빈집 정비 지원 대상에 무허가 주택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빈집 정리에 보다 속도가 붙게 됐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산복도로에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이 위태로운 형태로 방치되어 있다. 국제신문 DB

무허가 주택은 빈집 정비 사업에서 가장 골치 아프게 여겨지던 부분이다. 서구 동구 중구 영도구 부산진구 등에 있는 빈집의 50~70%가 이런 무허가다. 무허가일수록 주인을 찾기 어려울 뿐더러, 세금을 투입할 근거마저 없었다. 법을 고치기 전엔 무허가는 빈집으로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황 파악을 위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았다. 통계청 집계상 부산의 빈집이 11만4000여채라고 하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확한 실태 파악 차원에서나, 실질적인 대책 수립을 위해서나 무허가 주택 관련 법령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면서 시급한 작업이었음이 분명하다.

부산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7대 특·광역시 중에서 빈집의 절대 수가 가장 많을 뿐더러 전국에서 차지하는 구성비(7.4%)도 제일 높다.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에 의해 조성된 노후 주택가가 적지 않은데다 해가 갈수록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빈집은 원도심이 심각하지만 해운대구 사하구 등 다른 지자체로 점점 확산한다. 이 집들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되다 보니 붕괴 등 사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서구 아미동에 있던 3층짜리 주택이 갑자기 무너져내려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무허가 주택 정비 근거가 생겼다고 빈집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철거를 하든 리모델링을 하든 근본적인 처리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집주인보다 지자체가 훨씬 더 애가 타는 형국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빈집 정비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철거와 리모델링 사업비를 시비와 구비를 합해 1개 동당 최대 2900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6년간 2000동을 정비한다는 목표로 잡은 예산이 763억 원에 이른다. 각 구별 지원 액수까지 합하면 수치는 훨씬 늘어난다. 사유재산이라도 빈집이 야기하는 사회문제를 최소화하려면 공공의 개입이 필연적이긴 하다. 그만큼 예산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역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