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부산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과 현안을 놓고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북극항로 개척 의지를 강조했으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에는 침묵했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정작 ‘귀담아 들어야 될 말’은 외면한 셈이다. 부산 표심을 공략하려는 이 대표에 여론이 차가운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홍보관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민주당이 힘써 줄 것을 당부한 반면, 이 대표는 북극항로 문제가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견해차를 보였다.연합뉴스

최근 민주당은 북극항로 개척을 내세우며, 부산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이날 이 대표는 “북극항로는 이미 정기항로가 개척돼 운영중이고, 2030년대가 되면 활발하게 운행되지 않겠느냐”며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 항만시설과 물류 기반을 갖춘 부산항에 북극항로 개척은 필수적인 과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부산 현안인 글로벌허브특별법과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아 유감이다. 현안을 놓고 부산시와 온도차가 너무 크다. 박 시장은 면담 후 취재진에게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이 문제에 냉담하게 대응했다는 것은 나를 무시했다는 생각을 넘어 부산 시민을 냉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이 글로벌허브도시로 성장하려면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이 법은 북극항로를 개척해 부산을 세계의 물류 중심지로 키우자는 이 대표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도 이 법은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이후 22대 국회에서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부산시와 상공계 시민단체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성과가 없다. 산업은행 이전 문제도 진척이 없긴 마찬가지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주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예상보다 빠른 지난 4일 발의요건인 5만 명을 돌파했다. 산은 본사 이전을 통해 국토균형발전을 기대하는 시민의 열망이 간절하다는 뜻이다. 현재 글로벌허브특별법과 산은법 개정 모두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아 표류하고 있다. 이날 면담 주제를 북극항로로 사전에 국한했더라도 시민이 듣고 싶어하는 현안 해결방안에 이 대표가 응답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탄핵정국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 부산 방문은 시민 지지를 바라는 행보다. 한국갤럽 지난 3일 주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의 전국 지지율은 34%였으나 부산·경남(PK)에서는 23%에 그쳤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부산 핵심 현안 해결을 두고 민주당이 어깃장을 놓으며 미룬 탓이 크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에서는 한 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 대표가 글로벌허브특별법과 산은법 개정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대선에서 부산 민심을 얻기 힘들다는 의미다. 두 법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더는 부산의 미래와 시민 열망이 담긴 현안을 회피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