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생의 학교 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7일 이같은 내용의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의대 총장과 학장단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조정하자고 공식 건의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전국 40개 의대 정원은 올해만 2000명(실제 증원은 1509명) 늘어났다가 2026년엔 3058명으로 돌아간다. 이후 증원은 정부가 의사 및 환자 단체 등과 구성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정부의 백기투항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총협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그리고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과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년간 의정 갈등은 ‘의료계 버티기’와 ‘정부 양보’의 반복이었다. 지난해 2월 전공의 병원 집단 이탈과 의대생 수업 거부 초기만 해도 정부는 “강력한 행정 처분과 사법처리, 학칙에 따른 처분” 등을 천명했으나, 이후 복귀 명분을 제공한다는 등 이유로 강경 대응 원칙을 하나씩 거둬들였다. 그럼에도 백약이 무효였고 그 결과가 지금의 3%도 안되는 전공의 복귀율, 텅빈 의대 강의실이다. 심지어 증원 수혜자인 올해 의대 신입생마저 수업 거부에 동참하는 형편이다. 의료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의대 정원 증원은 거의 모든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의료계는 ‘2000명’의 과학적 근거를 대라고 주장하지만 수차례 정부 협상에서 구체적인 통일안을 제시하지 않은 건 의료계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각 대학 의대에서는 최대 3400명까지 증원을 요청했다. 근거가 없다는 건 핑계고 정원을 1명도 늘릴 수 없다는 게 본심일 것이다. 의료추계위에서 증원 규모를 논의한다지만 의사단체가 과반을 차지한다면 위원회가 내릴 결론은 뻔하다. 5년 전 문재인 정부의 증원 시도에 의료계는 현재와 똑같은 방법으로 저항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던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말은 정말 현실이 된다.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이번 정부 안에 콧방귀로 응대하며, 오히려 복귀라는 전제조건을 협박이라 문제삼고 있다. 지난 1년간 그랬듯 정부가 어떤 안을 내놓아도 전공의와 의대생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급한 건 환자고 답답한 건 정부임을 누구보다 의사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술 더 떠 필수의료 의사의 의료사고는 중과실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껏 불편과 위험을 감내해온 국민이 도대체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나. 전문가 이익집단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부다. 이미 소득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의사들은 돈 안 되는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는 외면한 채 성형 피부 정신과로 더욱 몰려가고, 연봉 5억 원을 준다 해도 시골엔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촉구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