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석방 지휘로 지난 8일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여야와 탄핵 찬반 단체 양측의 세 불리기 및 헌법재판소 압박도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헌재가 대통령을 신속히 탄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서 매일 심야농성하고, 시민단체와 연대해 탄핵 촉구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재를 향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대통령 관저 인근 교회 앞에서 예배를 열어 “만약 헌재가 딴 짓을 한다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 칼에 날려버리겠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틀째인 9일 시민사회단체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오는 15일까지 한 주간을 ‘즉각 파면 촉구 주간’으로 선포한 뒤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연합 예배에서 한 참가자가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돌이켜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앞다퉈 벌인 수사 경쟁이 화를 불렀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두 기관이 서로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며 경쟁했다. 결국 공수처로 정리됐지만 오판이었다.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맡겼어야 했다. 대통령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데 검찰이 공수처를 대신해 수사하겠다며 시간을 끈 것도 잘못이다.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했을 때 즉시 기소했다면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구속취소 결정 후 검찰이 즉시항고하지 않고 석방한 것도 이례적이다.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취소 결정이 난 후 즉시항고는 위헌이라는 과거 헌재 결정을 고려했다고 한다. 구속취소는 구속집행정지와 차이가 있다는 법무부 등의 의견에 따라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도 규정은 남았다. 어떤 때는 수사·기소에 욕심을 내고 다른 때는 꼬리를 내리는 이중적 행태다.

법원도 대통령 구속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을 두고 다른 결정을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서부지법은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해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판단은 달랐다. 중앙지법 내에서도 같은 사건을 두고 체포적부심은 기각했고, 구속취소는 인용했다. 물론 법관 개인이 독립기관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이 사건은 여타 사건과 무게감이 다르다. 그동안 구속기간을 산정할 때 일을 기준으로 해놓고 대통령에게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점은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라 더 엄격하게 봤다면 그야말로 차별이다.

정치권과 탄핵 찬반 단체는 윤 대통령 석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형사재판과 탄핵 심판은 엄연히 다르다. 구속취소 결정은 수사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심판 결과를 지레짐작해 한 쪽으로 몰고가는 것은 국론을 더욱 분열시킨다. 대한민국은 탄핵 심판을 놓고 진영 간 대립이 극에 달한 상태다. 석방된 윤 대통령이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쥔 모습은 진영 간 갈등을 더 조장하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법치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순리다. 헌재도 중앙지법 결정을 살펴 절차상 문제가 될 부분은 지금이라도 해소하는 게 마땅하다. 선고 시기의 문제보다 재판상 하자가 더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