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자영업자가 최근 두 달 새 20만 명이나 줄었다. 자영업자 사이에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비명이 터져나온다. 나라 밖에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무역·외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석 달째 우리 경제에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야는 민생을 살리겠다며 국정협의회를 3차례 열었으나 결국 파행을 빚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지난 10일 3차 국정협의회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국민연금개혁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에서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국민의힘 43%, 민주당 44%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가 결렬됐다. 지난주 협의회에서 여야가 자동조정장치를 빼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우선 조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터라 이날 극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기대됐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매일 885억 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개혁 시기가 늦어질수록 미래세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험료를 더 내고 덜 받자는 국민연금개혁은 인기 없는 정책이다. 정치권이 표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연금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연금개혁은 지금이 적기이자 골든 타임이다.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면 정치권이 그에 따른 소용돌이에 빠지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내수 진작을 위한 긴급 처방인 추경 편성 논의조차 헛바퀴만 돌고 있어 답답하다. 이날 여야는 실무협의 구성에 합의하는 수준에 그쳤고 구체적인 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경기를 진단하고 추경을 집행할 주체인 정부는 국정협의회에서 아예 배재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를 배제하고 국정협의회를 가동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이 늦어질수록 서민과 자영업자의 고통이 커진다. 한국은행이 환율·물가·가계부채 위험에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한 효과를 거두려면 정부가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통화정책만으로는 빠르게 식어가는 경기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 석방, 임박한 탄핵심판 선고 등 정치 상황과 맞물려 국정협의회가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 상황이 긴박한데도 여야는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정쟁만 벌이고 있는 셈이다. 여야는 11일 상속세법 개정안을 서둘러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제시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 요구를 수용하고, 국민의힘 측은 ‘최고세율 인하’를 추후 논의 과제로 넘기기로 했다. 이는 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 연금·추경 등은 왜 이렇게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