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진상 승객’ 때문에 고속버스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목적지까지 조금 편하게 가고자 자신이 앉은 좌석을 심하게 뒤로 젖혀 뒷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올라오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몇 년 전에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 출발 시간보다 늦게 온 승객들이 ‘왜 버스가 정시에 떠났느냐’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글을 다수 올린 적도 있다. 이에 조합은 ‘버스는 승차권에 적힌 시간에 움직인다’는 공지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예매 뒤 취소를 통해 두 자리를 모두 확보하는 것도 얌체 승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출발 직후 인접 좌석 한 개를 취소하면 다른 이들이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해당 승객은 옆 사람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편안하게 갈 수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지난해 두 개 좌석 이상 예매 후 일부만 취소한 사례는 12만6000건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꼼수를 부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취소 수수료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고속버스는 평일·휴일 모두 버스 출발 전 최대 10%, 출발 후 30%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한다. 약간의 추가 금액을 더 내는 것을 빼면 별다른 제재가 없다. 업계에서는 평일보다 승객이 더 많이 몰리는 휴일에 취소가 속출하면 경영난이 가중된다고 하소연한다. 고속버스 평균 승차율(좌석 점유율)은 평일 48.7%, 금요일 63.9%, 토·일요일 67.8% 수준이다.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고속버스 취소 수수료 개선 방안’을 마련해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출발 전 좌석을 취소하면 휴일에는 15%, 명절에는 20%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함께 터미널에서 출발하고 나면 재판매가 불가능한 고속버스 특성을 고려, 출발 후 수수료는 현행 30%에서 50%로 올린다. 이어 2026년에는 60%, 2027년에는 70%로 더 높일 계획이다.
국토부는 한정된 고속버스 좌석을 다 같이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취지에서 이 방안을 만들었다. 업계의 고충을 덜어주자는 의도도 담겼다. 그러나 규정 강화와는 별개로 승객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준 만큼 업계 역시 승객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편안한 사회가 되려면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염창현 대기자